똥오줌과 씨름하는 사람들

2007.07.24 16:26:02

똥오줌과 씨름하는 사람들

최광수

똥오줌과 씨름한다고 하면 너무 역겹게 느껴질까? 깨긋한 수세식 양변기만을 이용해온 아이들이 특히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옛날의 푸세식 화장실을 이용해 본 기성세대라면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이들의 미래를 고민하며 환경실천에 적극적인 사람들의 최근 관심사는 자신의 삶은 과연 친환경적인가 하는 것이다. 내가 배설하는 똥오줌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찬찬히 살펴본다면, 똥오줌과 씨름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으리라. 자연에 부담을 적게 주는 방식으로 똥오줌을 처리하고, 나아가 똥오줌을 쓰레기로 보지 않고 자연 속에서 순환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똥오줌과 씨름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산청 안솔기 마을을 찾았다.

대안학교로 잘 알려진 산청 간디학교 뒤편 산자락에 자리 잡은 안솔기마을은 간디학교에 아이들을 진학시킨 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자연친화적인 마을을 개발하고 있는 곳이다. 모두 15가구 중 10가구가 입주를 완료한 상태에서 개발이 진행 중이며, 재래식 자연발효식이 2가구, 실내형 자연발효식화장실을 채택한 집이 1가구, 포세식 화장실을 설치한 집이 7가구이다. 자연발효식 뒷간은 지난호의 글에서 언급한 최세현씨 댁이 대표적인 경우로서, 나무와 벽돌로 층을 높인 목조 건물 아래에 두개의 큰 고무통을 두고 똥 오줌을 따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각각 모인 똥과 오줌을 수개월간 발효시켜 밭농사에 이용하고 있었으며, 뒷간 건물이 아담하여 운치가 있고 허브와 책을 비치한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발효가 잘 되어 냄새가 전혀 없었지만, 똥, 오줌이 가득 담긴 고무통을 밖으로 빼내는 게 쉽지는 않아 보였다.

전통적인 자연발효식 뒷간을 개량하여 실내에서 편리하게 이용하면서도 냄새를 제거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실내형 자연발효 방식의 뒷간이다. 마정해씨 댁에서 이용하고 있는 이 방식은 전문제작 업체의 기술지원과 시공으로 만들어졌는데, 5톤 크기의 탱크가 지하에 묻혀있고 이곳으로 떨어지는 똥오줌은 각각 분리되어 다른 방에 저장된다. 강제송풍 방식이므로 냄새가 실내로 들어오지 않도록하였으며, 용변을 마치고 나면 변기의 뚜겅을 덮기전에 부옆토나 재를 모종삽으로 한 삽 퍼서 변기 안쪽으로 부어주도록 하였다. 거실에서 바로 출입할 수 있는 위치에다가 화장실 내부를 모두 타일로 깔고 좌변기를 설치해 놓았기 때문에 자연발효식 뒷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모습이었다. 당연히 청소하기가 간편하고 서적을 비치해 휴식공간으로서 충분해 보였다. 주인인 마정해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젖은 걸레로 변기를 가끔 닦아주기만 하면 되어 청소를 하느라 애쓸 일도 없다고 하였다. 똥은 똥대로 발효되어 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오줌은 오줌대로 발효되어 액비로 이용할 수 있어서 똥이 자연 속에서 순환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화장실 시설비용을 제외하고도 퇴비화시설을 설치하는데 15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였다.

안솔기 마을에서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방식이 포세식 화장실로서 마을 안내를 맡아준 김길선씨 댁에서 볼 수 있었다. 포세식이란 이름은 푸세식(‘푸다-퍼다의 경상도 사투리’ + ‘수세식’)이란 이름에 거품을 뜻하는 폼(foam)이 결합한 것이라 생각되는데, 변기 안쪽으로 거품을 흘려서 변을 및으로 씻어 내리는 방식을 말한다. 계면활성제를 포함한 약품이 조금씩 주입되면서 전기를 이용해 거품을 일으키는데, 용변을 보고나면 양이 늘어나면서 변이 변기에 붙지 않고 정화조 탱크로 내려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지하 저장탱크에 모인 분뇨와 약품은 수거차량이 가져간다. 이 경우에도 좌변기가 설치되어 사용하기가 편리하고 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물 절약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냄새가 없고 깨끗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거품이 계속 흘러내리기 때문에 물로 씻어 내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냄새가 없다. 따라서 별도의 오수처리장이 설치되기 어려운 소규모 마을에서 적용해볼 만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이 푸세식 화장실의 경우에는 가장 큰 문제점이 수거된 똥과 오줌을 수거차량을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이송해서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른 운반비용이나 연료 소모, 소음이나 매연 공해뿐만 아니라, 땅으로 밥으로 순환되어야 할 똥과 오줌이 처리과정을 통해 무해화 해야 하는 오물로 취급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 생각되어진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주인인 김길선씨도 공감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방법은 완전한 형태의 자연친화적 뒷간이라기보다는 그러한 자연친화적 뒷간으로 가기 위한 중간 과정에서 제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이라 보여진다.

이곳 아솔기마을은 숲 속에서 자여과 더불어 살아가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도전정신을 갖고 새로운 주거문화와 삶의 방식을 만들어 가는 곳으로서 비록 이곳의 모든 뒷간들이 완전히 자연친화적인 뒷간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모든 사람이 상식으로만 받아들이는 수세식 화장실을 거부하고 지역 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마을을 친절하게 안내해준 김길선씨만 하더라도 편리하면서도 자연친화적인 화장실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여러 회사에서 제안하는 시설들을 실험해보면서 상당한 금전적 부담을 끌어안았다고 한다. 국가에서 이런 실험들을 면밀하게 진행하여 진정으로 사람과 땅을 살리면서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뒷간을 개발하여 보급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마을 사람들은 정부를 향해 목을 빼고 앉아 있지 않고 스스로 돈을 들이고 품을 팔면서 똥오줌과 씨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들의 노력은 교육을 정부와 전문가에게만 맡기지 않고 스스로 대안을 찾아 개척해가고 있는 간디학교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이기에, 마을 뒤편을 감싸고 있는 산자락만큼이나 넉넉함으로 싱그러움으로 다가왔다.

소식지 2004년 11,12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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