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텃밭, 생태도시의 출발입니다 | 편집부

도시텃밭 이야기
도시텃밭, 생태도시의 출발입니다.
편집부

가끔 머리를 식힌다는 핑계로 동네 주면의 은행 옆 화단에 걸터앉아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종 종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그 공간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빌딩들이 새로 생기고 그 빌딩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서 한 숨을 쉬기도 한다.

또 고개를 떨구어 화단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종류의 나무와 꽃, 풀들이 자라고 있다. 쥐똥나무가 빼곡히 울타리를 만들고 있고, 단풍나무, 철쭉, 장미 등이 있다. 또 그 사이로 자세히 보면 땅이 습해서인지 이끼가 땅을 깔고 있는 곳도 있다. 큰 건물의 냉방과 난방을 위해 설치되어 있는 기계에서 품어져 나오는 거센 바람에도 잘 견디고 있다.

요즘 작은 것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관찰하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바닷가에 가면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부서지는 포말에 지루해하지도 않고, 물을 뿜어내는 분수를 보면서도 순간 순간의 다른 모습에 즐거워하기도 한다. 여기 화단의 작은 이름 모를 풀들의 이파리와 생김새도 유심히 쳐다보고, 그 열매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길을 잃어 시멘트 위를 헤매고 있는 달팽이라도 만나면 살며시 이끼 위로 옮겨주기도 한다.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보는 습관은 가끔 내 기분을 그림과 글로 표현하는 일에도 연결된다. 뭐 그림이야 전문으로 배운 것도 아니지만 먹으로 그리는 단순미에 빠져서 그리고 있다.

이런 삭막한 도시를 바꾸는 것에 관심이 있고, 도시에서 생태적으로 살아가는 일에 대해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전에 연구소에서 일하시는 분이 하시는 말씀이 기억난다.

“생태도시를 만들려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해요. ‘도시를 정글 숲으로 만들자’라는 다소 이색적인 운동이 필요해요.”
“정글 숲이라뇨? 그나마 지금 있는 녹지공간이라도 없애지 않으면 다행이지!”

다소 냉소적으로 대응했지만 그런 일이 있고나서 건물 사이에 서 있는 나무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모두 흙을 기반으로 서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옛날에는 도시농업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지만 도시 자연보호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오늘날의 환경위기시대는 서울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도시에서 시민들의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많은 연구자들이 도시농업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 이를 통하여 도시와 농촌의 요소가 함께 어우러지는 미래의 새로운 도시공간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시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토지를 부동산가치와 평수로만 보아서는 안되고 토양, 토지상의 동식물, 지상의 미세기후와 지하수까지 포함하는 통합적 실체로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도시공간을 보는 새로운 눈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도시농업이란 도시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농업활동으로 몇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자신의 집 뜰에 농작물을 경작하는 텃밭경작, 다른 사람의 땅에 농작물을 경작하는 무단점유 도시농업, 상업적 도시농업, 그리고 취미생활의 일환으로 경작하는 취미농업 등이 있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이러한 도시농업이 발달하고 있지만 그 시작은 모두 다르다. 빈민들의 구호를 위해 도시의 공터에서 경작을 시작한 곳도 있고, 이제는 도시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법제화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도시농업에 관심이 커가는 것과 생태도시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시환경보전에의 기여도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정부당국에 의해 제지당하거나 오래전에 중단되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도시농업은 채소 및 곡식을 생산함으로써 가계에 도움을 얻으려하는 경제적 측면도 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라고 고개를 흔들 사람도 있을 것이다. 쿠바의 아바나는 면적은 서울시와 비슷하지만 인구는 약 200만 명 정도인데 도시농장을 도시의 주요사업으로 육성하면서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 최근 책으로 소개되고, 텔레비전으로 방영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도시에 농장을 세우고, 빈 땅은 무조건 텃밭을 가꾸게 하는 법을 만들고, 화학비료는 절대 쓰지 못하게 하고, 도시 곳곳에 직거래 장터를 만들어 시민들이 손쉽게 농산물을 사고 팔 수 있게 하는 과정은 우리들에게 가능성을 보여주는 면이라고 본다.

미래세대를 위한 토지이용의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고 우리 사회에 도시농업을 제도화하면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인 노인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도시의 대기 순환, 미세기후 조절 등을 통하여 도시생태계의 순환에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농업은 도시에 자연의 요소를 끌어들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자연보전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다.

또 수퍼마켓에서 파는 외국농산물의 경우 그 생산지점에서 소비지점까지 평균적으로 7,000km를 움직인다고 한다. 에너지와 매 단계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생각해 볼 때, 되도록이면 이동거리가 짧은 농산물을 구매하도록 하고, 환경보전을 위해서도 농산물의 유통구조를 단순화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시농업은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고 생산과 소비가 일체되는 삶을 구현할 수 있는 자연 순환 사회를 만들 수 있다.

환경가치를 거스르는 정책을 넘어 도시공간에 텃밭을 만드는 것에서 생태도시의 출발을 삼아야 할 것이다. 땅 한 평으로 농사짓는 법이 개발되고, 옥상에서 농사를 짓거나 나대지를 활용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으로부터 우리 삶을 가볍게 바꿀 수 있다. 팍팍한 도시의 삶에서 안주하거나 불평할 것이 아니라 생명을 기르는 기쁨 가운데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고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은 도시를 정글 숲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를 회복할 수 있다.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도시 텃밭, 생태도시를 만드는 첫 걸음이다.

# 에코붓다 소식지 2013년 11-12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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