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적 생활양식과 쓰레기제로운동(3)

대안적 생활양식과 쓰레기제로운동(3)

생태적 삶을 위한 대안적인 생활양식의 정착 차원에서 ‘쓰레기 제로운동’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전적인 의미로서 쓰레기란 ‘못쓰게 되어 내버릴 물건들’을 총칭하는 것이다. 즉 소유자 또는 이용자 입장에서 더 이상 사용가치가 없다고 판단되어 버려지는 물건들을 우리는 쓰레기라고 부른다. 따라서 특정시점에서 소유권 또는 사용권을 가진 특정 주체의 가치가 개입된 지극히 편협한 인간중심주의적 관점이 ‘쓰레기’라는 말속에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사철 쓰레기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물건들 가운데는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갔을 때 얼마든지 충분히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는 것들이 많지만 그냥 폐기 처분되는 현실을 자주 볼 수 있다.

편리성만을 추구하는 소비주의 풍토 속에서 아까운 물건들이 그냥 버려지면서 환경을 오염시키고 자원을 낭비하고 있다. 환경문제는 바로 이러한 문제들을 발생시키는 가치와 사회구조에 익숙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깊이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연계에서는 본래 ‘쓰레기’란 개념이 적용될 수 없다. 자연계의 생태적 순환체계 속에서 ‘불필요한 것’이란 없다. 모든 것이 스스로 존재의 의미가 있으며 무수한 연관 속에서 서로를 살리고 유지시키는 쓰임새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쓰레기라고 인식하는 것은 이러한 총체적 연관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시공간적으로 제한된 인식체계 속에서 나온 허위의식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벽돌이 방에 있으면 쓰레기지만 공사장에 있으면 훌륭한 건축자재가 되고, 냉장고가 부엌에 있으면 훌륭한 가전제품이지만 밭에 있으면 쓰레기가 된다. 즉 어떤 존재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고, 사용되어야 할 곳에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바로 쓰레기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대안적 생활양식을 위한 ‘쓰레기 제로운동’ 속에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눈에 보이지 않게 처리하는 ‘청소’의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쓰레기를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느냐라는 가시적 성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물을 본래 자기 쓰임새대로 되돌려주기 위한 의식개혁과 사회구조 변화의 노력을 포함해야 한다.

자연계의 순환체계에 적응했던 전통적인 생활양식 속에서는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지 않았다. 먹고 남은 음식물은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의 먹이로 제공되었고, 분뇨는 논밭을 기름지게 하는 거름으로 사용되었으며, 그나마 나오는 쓰레기들 중 다수는 난방 및 취사연료로 쓰여졌다. 이처럼 생태 순환적인 삶의 방식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오랜 경험을 통해 전해져 내려오던 것이었다.

하지만 생활 공간 또는 마을 단위에서 ‘밥’과 ‘똥’이 유기적인 순환고리로 이어지면서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고 공존하던 전통적인 생활양식은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도시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크게 변모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유통, 대량폐기의 현대 산업사회체제는 자연계로부터 엄청난 양의 자원을 끊임없이 채취, 가공하여 생산품을 만들어 내고 각종 광고를 통해 소비를 부추기고 제품의 수명을 단축시켜 엄청난 폐기물들을 자연계로 쏟아 냄으로써 자연을 파괴시켜 왔다. 그리고 오늘날 쓰레기문제는 환경문제를 발생시키는 이러한 구조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현대인들은 생활과 생존에 필요한 기본욕구를 충족시키는 수준을 넘어 각종 상업광고에 현혹된 채 부풀어진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물건을 구매하고 소비한 후 폐기하고 있다. 끊임없는 소비욕구의 창출은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원동력으로 이해된 지 오래이며 과잉소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사람들과 여건과 능력만 된다면 마음껏 소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보다 잘 살고자 노력한 결과가 바로 오늘날 우리의 생존과 삶의 질을 위협하는 환경문제라는 사실이 현대 인류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를 정확히 읽어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의 차원에서 우리는 ‘쓰레기제로운동’에 담긴 철학적이고 실천적인 의미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계속)

# 에코붓다 소식지 2014년 5-6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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