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벳디 여름 검질 메젠 허민숨이 고읏 고읏

강선미 |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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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로 이사온 지 어언 1년… 한차례 자연의 흐름이 지나고야 내가 이사를 왔구나 실감한다.

에코붓다로부터 일년의 농사 과정을 글로 적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았을 때, 음.. 1년 콩농사도 지어봤고 어중이떠중이 감귤따기, 키위따기, 고추심기 등 남의 밭에 일손도 도와 봤기에 쓸 수 있겠다 싶어 쾌히 승낙을 하였다. 그런데 막상 쓰려고 하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자칭 타칭 에코붓다 활동을 3년 이상 해왔다고 자부하는 내가 그 지난한 농사일에 어떤 원칙도, 작은 환경 실천도 적용하기란 얼마나 힘든지… 그래서 이글은 자기 고백적 성격과 그저 남이 하는 걸 따라서 이것 저것 해보는 왕초보 농사꾼의 푸념 정도로 생각하며 읽어주길 바란다.

제주도는 화산섬? 그래서 밭에 돌이 많은 건가?

요즘 제주도를 흔히 랜드 아트(land art)라고 한다. 제주도의 돌담, 밭담, 산담( 무덤 주위를 둘러싼 돌담)도 멀리서 보면 아트가 되기엔 충분하다. 제주도의 화산 분출은 제주도를 현무암으로 뒤덮인 섬이 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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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주도에서 보이는 거의 모든 돌은 구멍이 송송 뚫린 검은색의 현무암이다.이 돌은 화산 지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암이 급속히 굳어져서 생긴 돌이다. 현무암은 입자의 질이 고르고 단단한 편에 속한다. 그런 돌이 밭에 가면 흙반 돌반 할 정도로 많다. 육지의 밭과 다른 점이다. 이 척박한 땅에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어머니, 아버지에게 새삼 고개가 숙여지는 부분이다. 또한 우리밭은 해안가가 아닌 중산간에 있어 기온의 차가 크고 습하다. 물론 혹자는 제주도가 육지에 비해 따뜻한데 뭘 그리 투정이냐고 말하면 할 말 없다.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하면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농사짓는다고 자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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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농법! 어떻게 하는 거야?

친환경 농법의 대표적인 세가지는?
첫째가 바로 유기농 농산물이다. 10년간 토양에 아무런 무리를 주지 않은 땅이란 전제하에 여기서 무리라함은 화학비료 및 농약 기타~~ 인공의 퇴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법 완전 옛날 그대로의 농법!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자연퇴비와 천적을 이용한 해충퇴치 등으로 상품성에 전혀 이상 없는 자연 그대로의 식품!
둘째가, 유기 농산물이다. 같은 방식이지만 유기농은 완전 100%에 붙여지는 이름이고 무리를 주지 않는 3년 이상의 토양에서 재배한 농산물 95% ~ 99.9% (국내산 유기농 농산물의 경우 대부분 여기에 해당)
셋째가, 무농약 농산물이다. 말 그대로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농산물을 말한다. 농약 대신 화약비료를 통하여 재배할 수 도 있다. 대신 화약비료를 통하면 이 후 토양의 오염과 농산물의 잔류화학성분이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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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3가지를 통 털어 친환경 농법이라 한다.
그럼 우리는 무슨 농법? 모른다. 그냥 토양에 해가 되기 때문에 제초제를 쓰지 않고 많고 튼실한 수확보다 좀 더 바른 먹거리를 만들어 보고자 농약을 쓰지 않았다. 다만 자연발효 퇴비는 했다. 아직은 우리가 직접 만들지 못하여 사서 썼고 내년을 위해 천연 액비(액체 비료)를 발효 중에 있다. 그러나 이미 땅은 황폐해져있었고 자체 영양분을 공급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다?

“잡초는 없다” 란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잡초와 인간 사이에서 벌어져 온 지루한 싸움의 ‘본질’을 보여주고, ‘상생’과 ‘공생’이라는 지극히 평화로운 방법으로 그 ‘해결책’을 조심스럽게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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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잡초에 대한 편견을 씻어내는 것은 물론 오늘도 잡초와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당사자인 농민들의 인식 전환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농민들의 수고를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그 무지막지하게 올라오는 풀들의 생명력에 고개가 숙여진다. 지난해 밭 한쪽에 쇠비름이 많이 있어 효소를 담그기도 했다.
그건 애교에 불과하다.
키우는 작물보다 먼저 올라오는 잡초를, 작물을 심기도 전에 파랗게 융단을 깔아놓은 풀들을 보면 제초제의 유혹을 여러번 느낀다. 또한 이웃 삼촌이 와서 “이 검질 어떵 메젠 내부러 둬싱고?” 잘 옮겼는지 모르지만 이 잡초들을 어떻게 할 거냐? 라는 타박이다.
농사를 오래 하신 분이 보기로는 한심하기 그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저 머리만 긁을 수 밖에… 올해는 일단 대부분의 풀은 포기하고 일부분은 손으로 뽑아냈다. 아구구 허리야~~ 이 허리 아픔과 비례하여 내년엔 풀과의 평화로운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밭 풍경? 아니 작물 실태

일단 한쪽에 수박, 참외, 고추, 가지, 상추, 호박 등을 심었다. 풀들과 서로 힘겨루기를 하면서 자라고 있다.
밭의 대부분에 콩(메주콩)을 심었다. 벌써 손님들(노루)이 방문하여 조금씩 새순을 먹었다. 우리밭의 콩은 풀과 노루와 온갖 병충해와 더불어 커 갈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조금 더 건강한 콩을 만들기 위한 자그마한 정성을 들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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