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숨쉬는 마을 공동체, 문당리 사람들

2007.07.24 12:45:30


           살아 숨쉬는 마을 공동체, 문당리 사람들



                                                                                                                        이해정

 땅의 소중함과 노동의 귀함을 깨닫는 장

  문당리를 찾는 그날은 아침부터 하루종일 비가 왔습니다. 모내기 준비를 하는 요즘에 이 비는 천금같은 비랍니다. 우리가 비를 몰고 가는 반가운 손님이라며 안내자가 싱긍벙글합니다. 아! 이 마음 씀씀이에 우리 모두 감동하여 덩달아 싱글벙글했습니다.

  충남 홍성에 자리잡은 문당리는 마을 전체가 오리를 이용한 유기농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유기농 공동체입니다. 생활이 곧 교육이고 교육이 곧 생활인 풀무학교도 함께 있습니다. 풀무학교는 ‘학생’을 상품처럼 찍어내는 교육이 아닌 ‘더불어 사는 평민’을 양성해 내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마을과 긴밀한 교류를 하며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에 서는 최초로 마을의 백년 계획을 세워 농촌을 희망이 있는 곳으로 만들고, 농촌과 도시가 공생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로 도시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하는 농업을 위해 도시 소비자는 봄에 오리를 사서 논에 넣어 주고 생산자는 가을에 추수한 쌀을 소비자에게 보내주는 행사를 1994년 이래 매 년 해오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가르치는 선생님의 입장에서 특히 감동스러웠던 것은 학생들과 선생님이 직접 농사를 지으며 공부하는 풀무 농업전문학교였습니다. 풀무농업학교의 교훈은 ‘더불어 사는 평민’입니다. 이곳에서는 농사와 공부를 같이하며 땅의 소중함과 노동의 귀함을 깨닫고, 교사와 학생은 함께 생활하면서 친구들과 선후배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러게 만물의 소중함을 알아 섬길 줄 아는 품성을 키워간다고 합니다. 자기 자신만 잘 먹고 잘 살려고 일류대를 목표로 과외니, 학워이니, 야자니 하며 전쟁과 같은 학교 생활하는 지금의 교육현실에서 ‘더불어 사는 평민’교훈은 가히 충격이었습니다.

  이 곳 문당리에는 풀무학교를 나온 농삿꾼 주형로님이 ‘문당리마을 100년 계획’을 함께 실현시켜 나가기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자기 지역에서 공부하고, 자급자족하여 순환하는 공동체 마을에는 정미소, 제분소, 유기농산물을 유통하는 생활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비누공장, 제빵공장, 농업교육관, 농업박물관이 있습니다. 또 올해는 지난해에는 보이지 않았던 빨간 지붕의 건물에 찜질방이 새로 생겼습니다. 나이 많은 주민들이 힘든 농삿일로 아픈 허리와 신경통을 달래기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해서 지었다고 하는데 정미소에서 나온 쌀겨를 발효시켜 만든 가스를 에너지로 쓴다고 합니다.

  공동체를 완성되기를 기 백년후의 문당리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네 농촌들이 문당리와 같은 원해 봅니다. 문당리를 다녀와서 얼마후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다른 선물보다 남기지 않고 먹은 깨끗한 점심 그릇을 선물로 달라고 했습니다. 한 그릇의 식사에 감사할 수 있는 맘을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임성애

 지난 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해준 문당리 생태기행

  문당리 마을은 농대를 졸업하고 풀 한포기 키워보지 않았던 나에게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간직했던 농촌에 대한 환산을 여지없이 깨고 현실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었다.

  그 곳에는 농약이나 비료로 짓던 농사법을 버리고 먹거리를 살리고 땅도 살리는 유기농법으로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모든 수고로움을 온몸으로 해야 했던 농사꾼 주형로 선생님이 있었다. 어려움과 어려운 농촌 경제상황에서 당장의 수익이 줄어드는 농사를 짓는 것에 대한 주위의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아가며 몇 년에 걸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마을 사람들에게 오리농법을 문당리에 정착시킨 분이다. 지금은 동네의 80%가구가 오리농법으로 농사를짓고 있고, 홍성에 있는 학교는 여기에서 나온 유기농 쌀로 급식을 한다니 한 사람의 의지가 세상을 바꾸는 현장을 보는 듯하다.

  논두렁마다 자그마한 오리집들이 줄지어 있는 그저 평화롭게만 보이던 이곳이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고 더불어 앞으로 우리 농촌이 가야할 농촌의 미래라 생각하니 보는 곳마다 새롭게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에 닭을 키우는 농장을 들렀다. 인공사료를 먹이며 좁은 공간에 빽빽하게 키우는 농장과는 달리, 인공사료 대신 풀을 먹여 유정란을 생산해 내는 곳이었는데 햇빛과 바람, 자연환경을 잘 활용한 양계장의 깨끗함이 인상적이었다. 달걀의 모습은 같은데 이렇게 다르게 키워지다니! 소비자의 건강과 땅의 건강을 위해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고 더 나아가 연구개발까지 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서울로 오는 동안 버스 안에서 기행의 소감과 ‘나는 어딘지 모르게 생태적이고 소박한 면이 있다’ 라는 주제로 환경실천, 친환경적인 삶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열심히 실천하시는 분들을 보며 지금까지의 낭비가 죄스럽게 느껴졌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고, 외식을 자제하고, 인스턴트식품도 나름대로 금지하고, 이 정도면 친환경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문당리 마을 방문과 생태기행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만남은 그동안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하게 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뿐만 아니라 이웃과 후손들을 위하여 절제와 나눔을 기쁨으로 알고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의미 있는 여행이었다.


소식지 2004년 5,6월 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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