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환경팀을 벗어나 벗들과 함께 | 정기성

지부 환경활동 소식
나홀로 환경팀을 벗어나 벗들과 함께
정기성 | 경기도 광명

불교대학에 입학하여 광명 법당에 나가면서 조금씩 행복지수가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생활패턴과 주변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법회에 나오세요’ 정도였는데 희망 강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 주세요, 회의에도 나오세요, 불대홍보도 함께 해요 등등. 주어지는 일들이 참 다양하고 많았다. 그때마다 ‘네’하고 따르다보니 내가 학생인지 아닌지 스스로 헷갈릴 때도 있지만, 신생 법당이다 보니 법당 총무님은 시간이 되는 사람은 뭐든 한 가지씩 봉사거리를 주셨고 나에게는 환경담당 소임이 왔다. 받고 보니 너무 큰 바위덩어리처럼 느껴졌고 거기에다 지렁이 키우는 것이 나의 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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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난감했다. 환경에 대해 문외한이라는 것보다 먼저 가늘고 긴 생물체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는 것이 나의 과제가 되었다. 처음에는 총무님이 함께 해주셔서 지렁이들이 잘 자라주었고 어느덧 동네방네 자랑거리가 되었다. 당연히 녹색장터에서 에코붓다 홍보대사로 ‘꼬불이를 내세우고 ‘쓰레기제로’ 홍보영상도 준비하였다. 그러나 세월호 사건으로 나라 전체가 침몰할 듯 아프고 힘든 4월, 5월에는 모든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법당에서는 그릇 닦아 먹기, 자기컵 갖고 다니기, 손수건 챙기기, 뒷물수건 홍보 등 환경 실천 활동이 계속 되었고 이를 계기로 환경실천에 대해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분이 나를 비롯해 많은 것을 보고 홍보차원에서 알리는 것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광명시 녹색장터 참여를 오랫동안 생각해 오셨던 총무님의 적극적인 지원과 인천경기서부 지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멀리 일산에서 배진숙님과 안산에서 이동림님도 함께 오셔서 부족한 것이 없는지 알뜰살뜰 챙겨주셨다. 부족하지만 모자라지는 않게 김복분님과 이은미님, 나 셋이서 자료를 오리고 붙이고 하하호호 즐겁고 행복하게 준비하였다. 법당에 홍보를 하고 봉사자를 모집하고 모자라는 기구는 빌려 쓰기도 하면서 경비도 최소화하고 재활용 가능한 물품들은 기부를 받아서 당일 행사장으로 모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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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날, 10시부터 준비하여 11시에 행사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불교대 주간반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서 환경상품을 판매하고 에코붓다 소식지도 나눠주고 환경에 관심 있는 분들의 연락처를 받아서 교육 참여를 권유하기도 하였다. 광명시에서 운영하는 녹색장터의 한 부스를 지정받아서 참여한 만큼 판매분의 10%는 기부를 하고 재활용품의 가격은 최대 5천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한다는 사전 약속에 따라 학생들은 신이 나서 팔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환경상품에 관심을 보이면 열심히 설명을 하고 홍보를 하였다. 그런데 그 많던 꼬불이가 뜨거운 햇볕에 나와서 그랬는지 개체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어 매우 민감한 지렁이의 생태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첫날 행사가 끝나고 마무리까지 잘 하고 나니 하루 동안 정말 신나게 잘 쓰인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되었다. 반면에 야외행사장이다 보니 노트북으로 홍보영상을 보는 것은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차후 실내교육의 과제로 남는 아쉬움도 있었다. 광명의 아담한 법당에는 물건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환경상품은 당일 아침에 서울정토회에서 가지고 왔고, 기증받은 물품들도 팔고 남은 물건은 아름다운 가게에 기증하였다.

두 번째 날, 이번에는 저녁반이 주축이 되어 불교대와 경전반이 함께 봉사를 하게 되었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호소에 동참하는 천만 명 서명받기 부스도 함께 꾸려졌다. 환경홍보도 하고 상품 판매도 하고 서명도 받고, 경전반 황순덕님과 서태원님은 진정한 달인의 모습을 보여주셨고, 어린이 이가연, 이현덕 학생들도 참으로 예쁜 홍보대사들이 되어 열심히 참여하였다.
그리고 함께 먹는 점심 도시락. 정토회 봉사자들이 가는 곳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소박하고 정갈한 도시락을 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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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참여하신 분 중에는 이런 곳에서 파는 물건은 관심도 없었는데 직접 참여해보니 선입견을 버리게 되었다는 분도 계셨고, 다음에도 꼭 참석하겠다는 분의 약속 도 받고 보니, 작은 행사였지만 함께 정도 쌓고 환경을 의식하지 않고 살다가 알아차리게 되는 기회였다. 체득하고 즐거움도 느끼고 나홀로 환경팀에서 불대생과 경전반에 에코붓다를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소중한 줄은 알았지만 관심 밖이었던 생태적 연기적 삶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고 환경활동에 참여하겠다는 벗들이 생긴 것이 큰 성과이다. 몰라서 귀찮아서 멀리하고 외면했던 환경실천에 대해 더 이상 외면하고 미루지 않겠다는 각오를 새로이 하며 처음하는 녹색장터를 잘 마무리했다.

혹서기인 7월과 8월에는 친환경 물품 만들기도 해보고 9월21과 10월 구름산 축제에서는 좀 더 다양한 내용을 준비해서 시민들에게도 에코붓다의 활동을 널리 알릴 예정이다.

# 에코붓다 소식지 2014년 7-8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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