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전환 기획 특집 – 오프라인 법당 정리②

오프라인 종로법당

‘세상 만물은 다 제자리가 있다’
법당 정리 물품 기부

주혜선, 박하나 | 서울제주 마포지회


우리 손으로 만들던 연등이 이젠 관광객의 손으로

이제껏 잘 썼던 법당 물건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보니 웬만한 물건들은 그런대로 정리가 될 것 같았는데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이 수저를 포함한 식기류와 남은 연등 재료들이었습니다. ‘다른 때도 아닌 코로나 시국에 남이 쓰던 수저를 가져가겠다는 분이 있을까?’ ‘연등 재료는 또 어쩌나?’

알면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있으면 보인다고 했던가요? 책도 볼 겸 산책 삼아 가끔 들르던 조계사 템플스테이 홍보관에서 ‘연등 만들기 체험 코너’를 본 기억이 났습니다.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할텐데,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꺼려지고 머뭇거리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잘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안되더라도 수행 삼아 해 보자는 마음으로 조계사 홍보관의 문을 두드렸는데 염려와 달리, 이 홍보관에서 남은 연등 재료를 분양하겠다는 제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고 다른 법당에서 보내는 연등 재료도 잘 쓰겠다는 답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쓰다 남은 연등 재료는 새로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연등재료   ▲템플스테이 홍보관  ▲연등만들기 체험 코너

재사용도, 나눔도 가치 있도록

법당 근처의 무료급식소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하루도 쉬지 않고 운영 중인 ‘사회복지원각’이라는 원각사 무료급식소가 나왔습니다. 수저와 컵, 접시 등 개인 식기류부터 도마와 칼, 전기포트, 밥솥, 대주걱, 대야 등 다수의 인원이 사용하기에 알맞은 크기의 물품까지 일일이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담당자에게 연락했습니다. “차에 실리는 대로 가져가죠”라며 차곡차곡 물건이 실리는 모습을 보니 후련함과 뭉클함이 교차했습니다. 현재는 코로나 19 상황을 고려해 도시락 배급으로 급식소의 운영 방식을 변경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어 위 물품들이 두루두루 잘 쓰이기를 바라봅니다.



▲왼쪽부터 밥솥과 스테인리스 컵, 대야 등 각종 식기류


▲문구류 정리하기 전과 후의 모습
자질구레한 것 하나까지 제자리를 찾아가도록

도반들과 법당 정리를 하러 올 때마다 버리기에는 아깝고, 집에 가져가서 쓰기에도 마땅치 않은 자잘한 문구류를 바라보며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고심 하던 중 때마침 SNS로 환경실천을 하는 도반을 통해 문구류를 기증받는 단체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이름하여 [Zero waste(제로웨이스트) 가치상점].

이름 그대로 포장 쓰레기가 나오지 않고, 물품이 재사용 될 수 있도록 운영하며 기증자와 소비자의 중간자 역할을 하는 곳인데, 현재는 한시적으로 문구류도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뭄에 단비처럼 기쁜 소식에 볼펜, 테이프, 스티커 등 작은 문구류부터 엽서 꽂이 등 문구용품을 정성스레 닦아 기증 하였습니다. 전달된 물품들은 비영리 단체나 보육원에 기증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이를 계기 로 도반들의 직장에서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문구류를 가치상점에 기부하며 꾸준히 인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에코붓다 소식지 2021년 5·6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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