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소박한 실천이 사회를 바꾼다 | 이성미

특집-에코보살 심층인터뷰
작고 소박한 실천이 사회를 바꾼다.
이성미 | 서울 목동

김성균(이하 김) : 먼저 질문으로 들어가겠다. 정토회 식구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성미(이하 이) : 정토회를 찾아온 계기는 2002년 봄이었다. 그때 당시 제가 다른 단체 활동을 하고 있었다.

김 : 어떤 단체였나?
이 : 여성환경단체인데 거기서 제가 활동을 10여년 하다가 분별심이 많이 일어나서 활동을 접고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미뤄뒀던 불교공부를 하고 싶어서 정토회를 찾아왔었다. 유정길님과 알고 지냈고 정토회가 있다는 걸 알고 찾아왔었다.

김 : 다른 것도 많은데 불교공부를 딱히 하게 된 이유가 있나?
이 : 할머니께서 불교신자이셨고 언젠가는 불교공부를 꼭 해보고 싶었다. 나이가 들면 해보고 싶은 게 불교공부와 서예였다. 마음의 위로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김 : 정토회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있었나?
이 : 특별히 많이 알진 않았고 제가 늘 환경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전에 단체 활동을 할 때 유정길님과 강의도 같이 듣기도 했다. 그리고 94년에 유정길님과 각 단체에서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같이 연수를 갔다 왔다.

김 : 어디로 다녀왔나?
이 : 유럽과 미국에 갔다 왔고 그래서 더 많이 알게 됐다.

김 : 그러면 2002년 이후로 지금까지 정토회와 관련된 활동을 꾸준히 하신건가?
이 : 2002년도에 처음 왔을 때 ‘기도 한 번 해보세요’ 라는 권유를 받고는 활동을 못했다. 그때 당시 동생이 아파서 병원에 왔다 갔다 하면서 조금 쉬었다. 2004년도에 본격적으로 불교대학을 다니며 다시 공부하게 되었다. 그 당시 정토회는 빈그릇운동이 한창이었다. 제가 양천구에 사는데 그 당시에 지역운동을 시작했다. 양천구 쪽에서 빈그릇운동 부스를 운영하고 캠페인도 같이 했다. 불교대학 졸업 후 환경파트 일을 맡게 되었다,

김 : 2004년도 이후부터 정토회 관련된 활동들을 계속 하신 것 같다. 정토회 식구가 된 이후에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고 싶다. 구체적으로 개인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일상생활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구분해서 말씀해 달라.
이 : 정토회 오기 전에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나름대로 실천을 한다고 했는데 정토회와서 보니까 다르더라. 물건에 대해서 소중한 마음이 있더라. 저는 거기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환경을 오염시키니까 안 버려야 되고 안 써야 되는 차원이었다면, 물건 하나하나가 생산되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고 등 그런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소중한 마음이 생기는 게 전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달라진 것은 나를 자꾸 돌이켜 보게 된다. 분별심을 내다가도 ‘이건 내가 일으키는 거구나’ 되돌이킬 수 있고 그런 마음이 생겨난다.

김 : 이성미님이 정신적이든 일상생활이든 변화가 있었던 건 분명하다. 그중에서도 이성미님이 에코보살로서 타자와의 관계(인간관계, 사회관계, 자연관계를 포함해서)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인간관계는 어떻게 형성됐는지, 사회활동을 하면서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자연을 대할 때는 어떤 마음이 생겼는지 궁금하다.
이 : 굉장히 먼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정토회 활동을 하고 깨달음의 장을 다녀오면서 사람을 대할 때 모든 것에는 다 인연이 있고, 한 사람 한 사람이 굉장히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 된다. 모두 나름대로 가르침을 주는 거 같고 배울 점이 있다. 그래서 사람 만나는 걸 되게 좋아한다.

김 : 사회생활 관련해서는 어떤가?
이 : 사람들하고 많이 편해졌다. 다른 사회생활은 거의 단절 돼서(웃음) 사회생활은 여기 정토회밖에 없다. 가정생활도 많이 편해졌다. 예전 같으면 남편과 많이 싸우고, 아들에 대한 기대가 커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많았다. 그런데 ‘몇 개월 기도해봐라’ 이 말 듣고 기도하면서부터 아들과의 관계가 굉장히 많이 좋아졌다. 그게 정말 큰 변화다.

김 : 지금은 어떤가?
이 : 오늘 아들이 명상 수련을 갔다. 다행히 불교와 인연도 맺고 깨달음의 장도 갔다 오고,식구가 다 같이 도반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딸은 완전한 도반이다. 나의 잘못된 부분을 깨우쳐 주기도 한다. 남편도 불교대학 학생이다. 그래서 많이 편안해 지고 있다.

김 : 깨달음의 장을 언제 다녀왔나?
이 : 2004년 불교대학 다닐 때 다녀왔다.

김 : 다녀온 후 확실히 변화가 있던가?
이 : 깨달음의 장을 가기 전에 야마기시에서 하는 수련을 다녀왔다. 7박 8일 정도 수련을 했던 경험이 있는데다 불교대학이 거의 끝날 때쯤 가다 보니 큰 충격은 없었다.

김 : 지금까지 인간관계의 변화와 사회관계의 변화에 대해 말씀해 주셨는데, 환경을 대하거나 자연을 대할 때 어떤 평정심이 생겼는지 궁금하다.
이 : 자연에 대해서는 정토회 오기 전부터 애들이 살아갈 세상인데 이렇게 물려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며 멀리 내다보게 된 것 같다.
김 : 지금까지는 기본적인 질문이었다. ‘일회용 사용 안하기’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일상생활에서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회용 사용 안하기’를 생활에서 실천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이 : 제가 여성 단체 활동 할 때에도 개인 컵 갖고 다니기는 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나 하나라도, 나부터라도 실천하고 싶었다.

김 : 구체적인 질문으로 들어가겠다. 보내주신 자료를 보면 ①일회용 사용안하기 ②휴지대신 뒷물수건 사용하기 ③걸레 사용하기 ④종이컵 안 쓰기 ⑤비닐 포장된 과자 빵 안 사먹기 등이 있다. 하나하나 설명해주었으면 한다.
이 : 사실 그렇게 철저하게 하진 않는다.(웃음) 뒷물수건 갖고 다니고, 손수건 들고 다니고, 개인 컵, 수저 꼭 들고 다니고(장례식장에서 사용), 면 생리대는 이제 필요한 나이는 아니지만 딸에게 면 생리대 사다준다.

김 : 꼭 실천을 하지 않으셔도 ‘일회용 사용 안하기’ 종류를 알려 달라. 일반 사람들은 거의 아는듯하면서도 모르는 사항들이다.
이 : 프라이팬 기름 닦아 낼 때 속옷 떨어진 거 미리 잘라 뒀다가 사용하고 있다.

김 : 재밌는 사항이 ‘비닐 포장 과자 빵 안 사먹기’이다. 구체적으로 알려 달라.
이 : 정토회관에 갈 때 가끔 이용하는 빵집이 있다. 그 가게에서는 종이봉투에 담아준다. 정토회관에 음식물을 가지고 갈 일이 있으면 비닐포장지를 다 벗겨서 통에 담아서 가지고 간다. 옷을 산 경우에는 포장을 벗기고 오기도 한다. 종이봉투에 담아준다고 할 때 안 받는다고 하고 장바구니에 넣는다. 과일도 몇 개 산 경우에 장바구니에 담아 오고, 가능한 슈퍼에서는 비닐봉투를 받지 않는다.

최광수(이하 최) : 일회용품 이외에 실천 가능한 것이 있나? 예를 들어 물 에너지 같은 경우?
이 : 물은 대야를 여러 개 놔두고 철저하게 받아놨다가 변기 내릴 때나 걸레 빨 때 사용한다. 설거지 할 때는 공양간처럼 하고 싶어도 대야를 세 개 놓아둘 자리가 없어서 못하고 있다. 그래서 수도꼭지를 사용할 때 마다 조금씩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생각보다 물이 많이 사용되지 않는다.

김 : 세탁은 어떻게 하나?
이 : 세탁기를 드럼세탁기로 바꿨더니 자동으로 돌아가버린다. 하수구 밑으로 빠지고. 물 나가는 부분이 고정이 되어 있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빨래를 일주일치 모아놨다가 세탁을 한다.

김 : 에너지는 어떤가?
이 : 아들이 요새 에너지에 관심이 많다. 요즘 나오는 가스레인지는 전기를 꽂아놔야 불이 켜지더라. 그런데 아들이 사용하다가 중간에 전기를 빼도 된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그런데 그거 빼는데 까지는 잘 안 되고 있다. 자기 전에는 콘센트를 빼놓고 잔다. 그런데 요즘 다시 느슨해졌다. 나올 때도 빼놓고 나오곤 했는데 요즘 늦다는 이유로 밸브만 잠그고 뛰어나오곤 한다. 멀티탭은 사용하고 있고 자기 전에는 꼭 다 끄고 잔다. 그러나 아직까지 세탁기도 그냥 꽂혀 있고, 냉장고, 김치냉장고도 꽂혀 있다. 아직 그런 것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 : 저는 개인적으로 냉장고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 7~8년 정도 되었다. 냉장고가 전기를 그렇게 많이 먹는 하마인지 몰랐다. 어느 날 냉장고가 멈춰서 사야하는 상황이 돼서 대리점에 갔다. 호텔가면 볼 수 있는 작은 냉장고를 구입했다. 그랬더니 전기세가 이만 원 줄더라. 아내가 매일 장을 봐야해서 부지런해지고, 제일 중요한 것은 패스트푸드와 냉동식품을 안 먹게 되더라. 냉장고를 소형으로 사용하면 생활 패턴이 바뀌더라. 만약 정토회가 냉장고 크기 줄이기 운동을 하면 많은 변화가 올 것 같다.
이 : 기존에는 냉장고 비우기를 많이 했다.

김 : 대형마트가 들어오면서 대형카트가 생기고 대형냉장고로 연결되니까 냉장고 줄이기가 쉽지 않다.
최 : 전반적인 식습관 문화를 바꿔야 한다. 저희 어머니는 밑반찬을 많이 만드시는데 보관하려면 커질 수밖에 없다. 냉장고를 줄이려면 그 때 그 때 만들어서 먹어야 한다.

최 : 다른 실천 사항이나 교통수단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이 : 전자레인지는 사용하지 않고, 교통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자가용은 가끔씩 이용한다.

최 : 난방이나 냉방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이 : 에어컨 대신에 선풍기를 사용하고, 애들 방에 한 개, 우리 방에 한 개, 거실에 한 개 사용한다. 더 더워지면 돗자리를 깐다. 일층이라 시원한편인데 겨울은 춥다.

최 : 4인 가족이면 겨울철 난방비는 얼마나 나오나?
이 : 취사비는 따로 나오는데 2만원 정도 나온다. 그리고 관리비와 난방비 합쳐서 2십8만원~9만원 정도 나온다. 전기료는 2만8천원 정도 나오고 상하수도 비는 이만원대다.

김 : 요즘 대두되는 자발적 가난이나 청빈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생활 패턴 변화의 의미를 이 사회에 어떻게 반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나?
이 : 아직은 제 스스로도 생활에서 철저하지 않다. 갈등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애들이 커가니까 집이 좁다는 생각에 빨리 옮기고 싶었는데 그것도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발적 가난이 쉽지는 않다. 집을 넓혀서 편안하게 살고 싶다는 욕구가 끊임없이 올라온다. 짐은 쌓여가고 자료는 늘어가고…. 집을 넓히면 그 불만이 사라지려나 생각하고 있다.

김 : 사회가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이성미님이 생각하고 활동하고 행동하는 것이 예전에는 민주화, 요즘에는 사회화라는 표현을 한다. 개인의 영역이 어떻게 사회화가 됐으면 하는가?
이 : 결국 개인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불편한 것을 감수하더라고 미래세대가 살아갈 자연환경을 잘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야한다. 그런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김 : 개인의 각성을 어떻게 하면 될까?
이 : 불교공부를 하면 나아질텐데…. 내가 버린 것이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조금만 자각하면 될 것 같다. 내가 했던 행동과 말이 다시 나에게 되돌아온다는 것과 현재의 나는 아닐지라도 내 후손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순환의 인연법을 알았으면 한다.
보통사람들을 움직이는 동력은 나에게 이익이 돼야 움직인다. 이익이 느껴지게 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너에게 손해가 간다. 당장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러한 교육을 일차적으로 해야 한다.

최 : 결단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좋겠다. 예를 들어 환경의 인식을 깊게 접근하려 할 때 막히는 벽이 있다. ‘나 자신만이라도 할거야’하는 것이 있어야 헤쳐 나갈 수 있는데 그게 어떤 모습일까?
이 : 이것은 해야 돼, 이것은 하지 않으면 안 돼. 나부터 라도 해야 돼 라는 생각이 필요한 것 같다.

최 : 저도 같은 생각인데 세상천지가 안 해도 나는 한다. 이게 특별한 것 아닌 것 같은데 중요한 부분이다. 사회 시선을 의식하거나 생활의 불편을 가져오는 등 여러 가지 제약들 때문에 망설이고 주저하게 되는데 그런 이유를 뛰어넘어서 나는 해보겠다…라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다. 얼마 전 백화점 서비스센터에 갔는데 그 곳에서 일하는 분이 주스를 한 잔 주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 컵을 줬다. 그 때부터 이야기가 이어졌다. 자기 주위의 젊은 친구들은 의식이 없다면서 통탄을 하더라. 사람들이 생각은 있어도 실천하기는 쉽지가 않은데 어디를 가든 내 컵을 내놓으면 다들 너무 놀라고 좋아한다. 그럴 때 보람을 느낀다. 그냥 내가 실천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최 : 가정에서 가사 분담을 어떻게 하는가?
이 : 가사 분담을 못하고 있다. 남편은 거의 도와주지 않고, 애들이 가끔씩 엄마가 힘들어 보인다 싶으면 설거지 해주는 정도.. 딸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해서 가끔씩 나에게 요리를 해준다.

김 : 자녀들이 집에서 환경 관련된 행동을 실천하는지 궁금하다.
이 : 엄마가 환경 실천에 관한 잔소리를 많이 하니까 아이들도 생활화하고 있다. 내가 수도꼭지를 조절하면서 설거지하는 것을 보고 놀라더라. 큰 아이는 에너지에 대한 공부를 하다 보니 많은 조언을 해준다. 비데는 데우는 기능이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수동 비데를 사용하고 있다.

최 : 일반 사람들의 생활과 비교해서 본인의 삶이 어느 정도 단순하다고 보는가?
이 : 단순하다. 만나는 사람들도 단순해졌고 실제 생활에서도 소비를 하러 나갈 시간이 없다.

최 : 요즘은 인간관계가 복잡하고 소비 생활과 여가 활동도 복잡하다. 이런 복잡한 요소가 많은데 본인의 삶이 인간관계 외에 나머지 부분은 어떻게 단순한가?
이 : 남편은 노후를 위해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여러 가지 사회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런 것을 내려놓지 않는다. 나는 항상 그렇게 많이 벌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 한다. 남편은 내가 직장 다니기를 원한다. 그래서 불만이 있다. 굳이 내가 안 벌어도 된다고 주장한다. 조금 벌어도 여유 시간 갖는 것이 좋다. 막연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미래의 일에 걱정이 없다. 애들도 자기 나름대로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니 걱정이 없다. 이것이 큰 변화라면 변화다. 현재 충실하게 내가 할 만큼 하면서 살면 된다. 살림살이에 대한 욕심도 없다.
최 : 여가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
이 : 별로 여가 생활 할 시간이 없다. 남편은 주말에 드라이브하기를 원한다. 보조를 맞춰주기 위해 가기도 한다. 얼마 전 남편이 직장을 옮기게 되어 며칠 여유가 생겨 제주도에 다녀왔다. 일하는 것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따로 여가를 가질 필요가 없다.

최 : 인간관계, 소비생활을 절제 하고 자원봉사에 전념하고 있는데 부부관계에 있어서는 갈등이 없는지 궁금하다.
이 : 남편은 부정적인 업식이 있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우리 부부가 자주 싸워 딸아이가 걱정을 했다고 한다. 남편에 대해 바라는 상이 있으니까 트러블이 많았다. 이제는 포기하는 부분은 포기하고 나 자신도 못 바꾸는데..라는 생각을 하니 갈등이 적다. 숙인다는 의미를 알아가고 있다. 말도 순하게 나오고…..

최 : 일상생활에서 부부 동반으로 함께하는 일들이 많을텐데 그런 부분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이 : 한참 환경 운동을 할 때 남편이 골프를 치러 다녔는데 부부 동반으로 오는 사람이 있다면서 같이 가기를 원했는데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부분인 것은 인정하고 혼자 다니게 하고 있다. 부부 동반 모임은 거의 나가지 않고 있다. 나가도 재미도 없고 할 이야기도 없다.

최 : 일반적인 가정이라면 갈등의 요소가 될 것 같은데….
이 : 남편이 많이 포기를 한 것 같다.

최 : 예전에 직업이 있었다고 들었다.
이 : 간호사 생활을 했다. 남을 돌보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정신과 병동에 있었다. 환자들이 계속 들락날락 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가정에 문제가 있었다. 가정은 어디서부터 왔을까 추적해보니 사회가 바뀌어야겠구나 생각했다. 주부로서 어디에서 활동하는 것이 좋을까 찾다가 여성단체를 찾아갔다. 그 당시 환경신문도 창간되고 여성신문이 창간 됐을 때인데 신문을 보면서 울었다. 대학생들이 활동하다가 죽기도 하고 가슴이 아팠다. 내가 뭔가 이런 현실을 바꾸려면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여성신문 모니터링도 하고 여성단체 찾아가서 활동도 했다. 13년 정도 활동했다.

최 : 생활인으로서 환경과 내 삶의 상관관계를 봤을 때 단순해진 자신의 삶에 대해서 어느 정도 만족하나?
이 : 단순해지면서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하기 싫은 인간관계 안가도 걸리지 않는다. 예전에는 할 수 없이 의례적으로 갔다면 이제는 안가는 자유가 있다. 소비 부분도 내가 한마음 접어버리면 별문제 아니니 꼭 있어야 되나 한번쯤 생각해본다. 집 문제도 마음을 접고 나니 스스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최 : 끝으로 모든 사람이 정토회에 들어올 수는 없고 뭔가 우리 사회가 단순 소박해지면서 사회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하는데 사회에서 시민들의 어떤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해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
이 : 그냥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천하는 자체가 좋고 뿌듯하니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조금이나마 덜 오염시키고, 자원도 부족한데 아껴 써야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인간의 조건’이라는 프로그램을 참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프로그램은 대중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최 : 살아있는 모델들 정리를 잘 해야 되겠다. 방송에서 정말 좋은 멍석을 깔아주고 있는데 상당한 자극이 되고 학생들도 따라 하더라.
이 : 이렇게 하는 것이 우아하고 멋있는 삶이다. 환경 실천을 재미삼아 해 볼 수도 있고 사회 풍토가 됐으면 좋겠다.

최 : 간디선생님 글 중에 이런 말씀이 있다. ‘진정한 문명이란 자발적 포기이다.’ 삶은 단순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고급스럽고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누군가 깨우친 사람이 있고 깨우친 사람은 생활의 지혜로써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 권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이 : 오늘 밴드에 글이 하나 올라와 있는 것을 봤다. 뷔페를 가면 접시를 계속 바꾸는데 본인은 접시를 계속 사용했다고 한다. 이런 작지만 소박한 실천을 했더니 같이 온 친척들도 따라했다고 한다.

최 : 맛과 멋에 대한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을 한다. 뷔페에서 접시를 바꾸고, 음식이 섞이면 안 되고, 맛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학교에서 밥을 먹을 때 우동 그릇에 밥, 반찬을 다 담아 먹는다. 먹으면서 맛을 추구한다는 것이 뭘까? 우리 사회가 추구하고 있는 것들이 허위의식이 아닐까?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자유로워진다는 것! ‘인간의 조건’에서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이 부분이 아닐까? 맛있고 멋있게 살기위해 구속이 더 많아진 것 같다. 결국 개인의 생활 속에서 깨쳐야 하지 욕구를 억누르는 방식은 힘들 것 같다.
이 : 자가용을 늦게 구입했다. 애들이 어릴 때 여행을 다니며 버스와 기차를 타고 다녔다. 그렇게 하면 볼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차로 다니면 못 보는 것이 많겠구나 생각했다. 편리함에 익숙해져 버리면 안 되겠다 싶어 차 구입을 늦게 했다. 인간의 조건에서도 그런 멘트가 나오더라.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

김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 에코붓다 소식지 2014년 3-4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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