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활동가의 환경에 대한 고뇌, 대안 그리고 실천 | 이문희

특집-에코보살 심층인터뷰
주부활동가의 환경에 대한 고뇌, 대안 그리고 실천
이문희 | 부산

김성균(이하 김) : 정토회 회원이 된 계기가 무엇인가?
이문희(이하 이) : 1999년도에 라디오에서 법륜스님 법문을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궁금하던 차에 법륜스님의 금강경 강의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직접 가서 법문을 들었는데, 1강을 듣고 나서 내가 다니는 선원보다 정토회에 줄을 서야 되겠구나 생각했다. 스님께서 법문 중에 하신 환경실천은 다 해봤다.

김 : 가장 크게 변화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 환경담당을 맡았다. 비닐을 쓰지 말라고 하는데, 그러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뭘 해 볼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어느 날 육교를 지나가는데 어떤 아주머니가 삼베 망을 만든 것을 팔더라. 저 망을 비닐 대신 써 봤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장바구니는 누구나 들고 다닌다. 문제는 장바구니 속 비닐이다. 마트에 가면 전부 비닐에 담겨있지 않나? 일단 시장에서 얇은 천을 떠서 만들어봤다. 그 무렵 해운대정토회에서 환경강좌를 했는데 그 행사 진행을 맡으면서 내가 정말 많이 바뀌었다.

김 : 뭐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바뀌었나?
이 :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내가 어릴 때 아버지가 환경이나 사회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생각이 있는 분이셨다. 나도 모르게 그 영향을 받아서 큰 틀의 사고는 있었다. 환경실천을 접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에 대한 나의 관점이 바뀌었다. 누군가는 채소를 팔고, 누군가는 힘들게 아프리카에 태어나 사는 사람들의 모습, 그런 모습을 보는 관점마저 내 관점이더라.

김 :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나?
이 :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나도 환경실천하면서 안 되는 것이 많지만 기본적인 부분들은 인식의 변화가 생기니까 달라지더라. 환경에 대한 가치관이 자리를 잡았던 계기는 생태강좌였다. 강좌하면서 모둠별로 방수망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퍼포먼스도 진행해 봤다.

방수망은 이렇게 사용하는 것이고 생선을 구매할 때는 이렇게 하고. 재활용센터나 쓰레기처리장도 방문했다. 귀농해서 농사짓는 분들에게도 가 봤는데, 정말 풀 뽑기 너무 힘들다고 한다. 도시에는 시간적으로 여유 있는 분들이 많은데 도농 간의 협조를 통해서 도시 사람들은 신선한 먹거리를 얻고 농촌은 품앗이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연결고리가 되면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하던 말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김 : 해운대법당이 다른 법당과 다르게 환경실천을 했던 좋은 사례가 있나?
이 : 해운대 법당 옥상에 화단이 있었다. 그곳에 음식물쓰레기가 나오는 것을 묻었다. 채소를 심으며 텃밭을 운영했다. 환경적인 활동으로는 EM비누를 만들고, 환경공청회를 한 달에 한번 개최했었다. 지금은 2년째 못하고 있다.

김 : 어떤 주제로 했나?
이 : 비누만들기 등 일반인들이 관심이 많은 것으로 주제를 정했다. 쓰레기 성상조사(쓰레기의 종류와 양)를 하여 문제점에 대해 나누기를 하고, 한 달에 한번 하는 공청회에 발표도 했다. 집에서도 쓰레기 성상조사를 하면 우리 집의 생활 패턴을 알 수 있다.

김 : 몇 명 정도 참가하나?
이 : 불대생, 경전반이나 법회참가자들 등 활동가 위주로 참여한다.
공청회에 처음에는 환경에 관한 인식이 없이 참여했다가 나누기를 하다보면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모든 것을 다 실천할 수는 없다. 인식하는 만큼 줄여갈 수 있다. 현재 비닐 10장을 쓰면 한 장 줄이고, 두 장 줄이고 이렇게 확실하게 실천하지 않으면 환경에 대한 의식이 느슨해진다. 어제도 오늘 인터뷰 생각하면서 원래 포장되어 나오는 상품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포장된 비닐에 대해서는 아직 좋은 대안이 없다.

김 : 법당과 환경 관련해서 추가로 하실 말씀은?
이 : 예전 스님 직강을 해운대에서 했을 때, 스님 법문 듣고 너무 감사하다고 보시물들을 많이 가져왔다. 그런데 대부분 비닐로 포장되어 있거나 일부러 비닐로 하나하나 포장해서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다. 한두 번 받다보니 습관이 되는 것 같아서 우리의 취지를 말씀 드리고 되돌려 보냈다. 그런 부분을 감수하지 않으면 환경실천이 힘들다.

지금 활동하는 분들은 환경에 대한 관점이 제가 하던 때와 많이 다르다. 환경에 대해 집중하던 시기가 아니라서 느슨해진 느낌이다. 올 1년 집중해서 실천해 봐야겠다.

그래서 지난 여름 환경아카데미를 3강 했다. 주제는 쓰레기제로(음식물쓰레기제로, 지렁이키우기)운동으로 진행했다. 첫 강은 에코붓다 최광수 교수님이 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우리가 이것만은 해야 하는 것에 대해 교육을 진행했다. 2강은 동래정토회에서 환경강사로 봉사하고 있는 김경희님이 하셨다. 많이 홍보했는데 참여자가 한정적이었다. 외부보다는 우리 내부의 기틀을 세워보자고 시작한 목적이었기에 아쉬움을 달랬다.

내가 자신있게 실천하는 부분은 일회용품 안 쓰기이다. 상가 집에 가면 일회용품을 상당히 많이 쓴다. 내 컵과 내 수저집을 가지고 다니면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는데 아쉽다.

김 : 개인적인 질문인데 일회용품 안 쓰기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 : 마트에 갈 때, 투명망을 가지고 간다. 처음에는 가격표가 떨어진다고 스티커를 안 붙여줬다. 실랑이를 많이 했다. 며칠 전 남편과 마트를 갔는데 거기서도 투명망으로 실랑이를 했더니 자기하고 올 때는 그러지 말라고 하더라. 요즘은 양파망/지퍼백(쌀봉지 포장)을 재활용한다.

빵을 살 때도 지퍼백을 가져간다. 생선을 살 때에는 플라스틱 통을 가지고 간다. 이런 것들은 장을 보기 전에 구매 물품을 계획하지 않으면 실천하기 어렵다. 일회용품 안 쓰기보다 적게 쓰는 방법을 생각해보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이제는 SNS를 통해서 공유하고 전파시키고 있다.

김 : 일회용 안 쓰기 외에 실천하는 것이 있나?
이 : 한번 쓰는 휴지 대신 걸레를 쓴다. 휴지는 집에 안사다 놓는다. 그랬더니 남편이 사가지고 오더라. 뒷물은 아이하고 나만 둘이 실천한다. 전기는 멀티탭을 이용하고 있다. 외출할 때는 모든 전기를 다 끄고 나온다. 심지어 냉온수기도 끄는 바람에 아이들이 싫어한다. 물 재활용하기는 안 되는 부분이다. 샤워할 때 온수가 나오기 전까지 나오는 찬물은 받아놨다가 걸레 빨기나 화장실 청소할 때 사용한다.

음식물쓰레기는 자신이 없는 부분이다. 아이들이 먹다 남은 간식들을 미리 치워놓지 않으면 그냥 버리게 되더라. 지렁이도 아직 못 키우고 있다. 지렁이는 한 번 키워보고 싶다. EM은 세탁할 때 세제와 섞어서 사용한다. 섬유유연제 대신 쓰고 세탁기 청소할 때, 화장실 곰팡이 제거할 때에도 쓴다. 신발장 냄새 제거에 효과가 있어서 시중에 판매하는 탈취제 대신에 쓰기도 한다.
현희련(이하 현) : EM이 곰팡이 제거에 효과가 있는지?
이 : 솔을 이용해서 닦는다.

현 : 저는 침구에도 사용한다. 하수구에도 뿌린다.
이 : 저도 하수구에는 사용한다. 하수구 찌든 때가 없어진다. 요즘 TV에서 음식물제로를 실천하는 방법이 많이 나오더라. 지난 여름에 수박 잼을 만들어 봤다. 식구들이 좋아하지는 않더라. 수박을 무말랭이처럼 껍질 째 말려 보기도 했다. 생쓰레기(호박이나 오이 꼭지 등 야채를 손질할 때 나오는 부산물)를 이용해서 식초를 만들어 봤다.

김 : 그 외에 다른 실천들이 있나?
이 : 걷는 것을 좋아한다. 몇 정거장 걸어가기.

김 : 법당이나 나의 환경실천에 대해 스스로 어떤 평가를 내리고 싶은가?
이 : 정토회는 다른 어떤 부분보다도 많은 사람이 모여도 음식물쓰레기가 적게 나오고 물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다. 스님 강의 있을 때는 500-600명이 내원했다. 설거지가 너무 힘들더라. 각자 본인의 수저와 빈 도시락을 가지고 오면 어떨까 생각을 하고 공지를 했더니 다음 법회 때 2/3가 수저와 빈 그릇을 가지고 왔다. 그때 사진 찍은 것을 법당에 전시하기도 했다. 현재 봉사자들이 문경에 수련 갈 때 수저와 도시락 통, 내가 사용할 마른 행주를 준비해 가서 스님의 발우공양처럼 식사를 한다.

김 :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실천을 할 수 있나?
이 : 물론 요즘은 공익광고를 보면 환경에 대한 인식을 예전보다 많이 갖고 있는 것 같다.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환경아카데미를 개설했다. 교육을 통해서야 변화가 온다. 후속모임도 진행했는데 정토회 활동가 외의 다른 단체의 지속적인 참여는 잘 성사되지 않았다.

김 : 이제까지의 모든 인터뷰를 통한 결론은 환경교육의 중요성이었다.
이 : 저도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노인들이 사는 시골은 모든 것들을 다 태운다. 태우면 환경에 해로운 물질이 나오는데 그런 것에 대해 다들 모른다. 우리 아버지도 말씀을 드려도 소각하고 있다.

김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은? 이문희님의 특징을 요약해 보면 일회용품 안 쓰기
현 : 저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이문희님이 투명망/방수망을 처음 만든 분이라는 걸 오늘 알게 됐다. 길 가다 삼베주머니를 보고 고민하고 연구하여 쉽게 대안을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동을 느꼈다. 그것이 개발되어서 환경상품으로 10년째 전국 법당에서 판매되고 있다. 빈그릇운동처럼 환경상품을 활성화 시킬 방안이 필요하다.
이 : 맞아요. 빈그릇운동 캠페인을 할 때 구청을 매일 찾아갔다. 구청과 연계된 환경단체가 많았다. 한 번은 쓰레기를 주우러 갔는데, 일이 끝난 후 일회용 도시락이 배달이 돼서 오더라. 그분들도 환경에 신경 쓰는 사람들인데 인식이 안 되어 있더라. 우리와 출발 자체가 다른 것 같다. 관점이 다르고 철학이 다르다. 환경실천에 많이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하고 있다.

현 : 활동하고 실천할 수 있는 아이템이 없으면 한계가 있다. 이문희님처럼 정토회가 실천력이 너무 좋아 오셔서 봉사하신다는 것처럼 관점을 알았으면 활동거리가 있어야 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 : 활동 공간이 있으니 알아서 실천하는 분들이 생기더라. 그런 부분이 형성되어야 될 것 같다.

김 : 이제까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하다.

# 에코붓다 소식지 2013년 11-12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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