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보살을 꿈꾸는’ 환경학교 이야기 – 해외사례


국내외에서 환경학교가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12월 동안만 총 128개의 환경학교가 열려서 855명이 수료했습니다. (2020년 연간 총 176개 환경학교, 수료자 1518명) 코로나로 대부분 온라인으로 열리고 있습니다. 그 중 이번에는 지난 호에 이어 해외 사례를 소개합니다.


유럽정토회

소박한 삶, 가벼워진 마음. 코로나도 막지 못한 유럽의 환경학교

글_ 김세경 | 영국 런던


가을이 오면서, 코로나19가 유럽에 상륙한 이후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지난봄처럼 확산이 심화되자 영국, 독일, 프랑스를 비롯 벨기에,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등에서도 2차 봉쇄조치가 이어졌습니다. 재택근무를 원칙으로, 특별한 사유 없이는 집에 머물러야 하는 외출 제한 속에서, 온라인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뜨겁게 활동하고 있는 유럽 정토행자들의 하반기 환경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12월 눈이 내린 오스트리아 잘츠캄머굿
(Sankt Wolfgang im Salzkammergut)

10월부터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베를린, 뮌헨, 런던, 취리히, 파리 그리고 함부르크 법회에서 환경학교 입학을 시작으로 법당별로 또는 여러 활동모둠이 연합하여 환경학교를 진행했습니다. 온라인 환경학교에서 동영상을 보고 감상 후기를 공유하고 생활에서 유용한 환경상품에 대한 정보를 나누며, 일상의 크고 작은 변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영국, 아일랜드 이야기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가져온 실업난과 경제 위기 외에 또 다른 문제점이 바로 쓰레기라고 합니다. 온라인 쇼핑의 증가로 플라스틱 용기, 종이 박스와 같은 쓰레기가 더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폐기물 대란’으로 에코붓다가 절실히 필요할 때 랜선으로 만난 런던, 멘체스터, 아일랜드 도반의 환경학교 활동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수업에서 법륜스님의 법문을 듣고, 환경 영상을 본 후 자기만의 동물 친구를 정했습니다. 일상을 커밍아웃하는 두 번째 수업에서는, 일주일 동안 자신이 먹고 버리는 일상생활에서의 쓰레기 배출을 관찰하여 단체 소통방에 사진과 함께 공유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상 쓰레기를 매일 도반과 공유하니 더 깨어있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 환경학교 1강 ‘나만의 자연친구’ 2강 ‘일상 커밍아웃’ 인증샷

구멍난 바지를 걸레로 변신시키고, 손수건, 천휴지, 면팬티라이너 사용 덕분에 코로나 사태로 올봄에 있었던 영국의 휴지대란에도 마음의 평정함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는 솔직한 나누기가 올라왔습니다.

런던법회 도반들은 이번 환경학교 기간 동안 자신의 사소한 생활습관까지 돌아보고 인정하며, 자신이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속 환경실천사항을 찾아보았습니다. 특히 과대포장을 줄이기 위한 여러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환경학교 3강 ‘나눔과 비움이 선물로’ 수업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2주 동안 생활한 내용을 토대로 상장을 만들어 상장 수여를 하고 소감을 들었습니다. 도반의 재치와 감각이 돋보이는 상장을 받으며 훈훈하게 온라인 환경학교를 마무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눔과 비움의 온라인 장터를 통해 나에게 쓰임이 다한 물건들의 새 주인을 찾아주기도 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의 에코붓다

10월 2일, 9일, 16일에 진행된 프랑크푸르트법회 환경학교에는 신재숙, 김미경, 전준숙, 추희숙, 정지미, 하수영, 오영주 님이 함께했습니다. 다음은 프랑크푸르트 사회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오영주 님의 나누기입니다.

환경학교를 통해 버려진 플라스틱들로 인해 어처구니없이 고통 받는 동물 친구들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나름 자신 있었던 분리수거 재활용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것을 영상을 통해 알고 나서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특히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독일인들의 철저한 시민의식과, 환경이 먼저인 환경정책 속에 살고 있는 프랑크푸르트 도반들은, 한국 재활용률 상태를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환경교육을 통해 나부터 먼저 덜 먹고 덜 사고 덜 써서 동식물들을 꼭 지켜주겠다고 다짐합니다. 제 일상생활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보니 뜨끔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어디서부터 줄이고 더 노력해야 할지 고민해보고 실천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 프랑크푸르트법회의 환경학교 실천 공유 모습


파리, 베를린, 함부르크 연합 모둠의 환경 영화 감상 이야기

11월 21일 저녁에 연합 모둠 (파리, 베를린, 함부르크 8명 참가)도반들이 환경영화 《행복의 경제학 The Economics of Happiness (2010)》을 함께 보았습니다. 다음은 영화를 보고 난 후 속 깊은 나누기입니다.

경제발전을 목표로 하는 구시대의 정치는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안겨줄 수 없고, 세계적으로 더 연결되면서도 지역경제 위주의 발전이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내용에 공감했습니다. 저부터도 지역사회에서 이루어지는 환경운동에 더 관심을 가지고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고 지역장에서 장을 보는 등의 실천을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박민지)

지역의 경제학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역상품을 소비하는 주체가 되기 위해 좀 더 부지런해야 되겠구나.. 오픈마켓에서 장을 보고 필요한 만큼만 사는 연습을 해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사는 지역에 최적화되려면 이곳의 언어를 습득하는 게 필요하겠구나 싶어집니다. 언어를 공부해야 하는 동기를 새롭게 발견하였습니다. (구은용)

세계화를 하면서 영국에서 딴 사과를 아프리카에서 광내고 닦아서 다시 영국으로 가지고 온다는 이야기가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물품들이 전 세계로 이동하는 것을 보여준 장면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가능하면 지역에서 생산되는 것을 이용하도록 해봐야겠습니다. 지역 마켓을 이용하고, 소비도 줄여야겠습니다. (이희정)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지만 내러티브나 논리, 근거가 비약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영화에서 마지막 방안으로 내어놓은 ‘지역화’는 실상 ‘하나의’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으므로, 그것에서 개인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소비문화를 개선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해보고자 하는 것은 지역 농산물 소비를 좀 더 하고, 가격이나 효율성에서 더 나은 것이 있는지 더 알아보고자 합니다.(김민경)

▲ 유럽 연합모둠

내가 아무리 애썼다 해도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살고 있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일 싼 물건을 사면서 절약하기보다는 진정 합리적인 소비를 하며 사는 게 더 잘 살 수 있는 길일 것 같습니다. 살아있는 동안 민폐를 덜 끼치는 존재가 되려면 항상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주연)

자본과 이윤이라는 기준을 따르는 것이 현대인들의 소속감을 조성하고, 소비를 더 많이 하고 유행을 좇는 것이 ‘함께 가는 것’이라고 믿는 시대인 것 같아서 영화 초반부에는 마음이 몹시 무거웠습니다. 지역화로 포커스가 넘어가면서 학부시절 기숙사 학식이 생각났습니다. 모든 식자재를 지역 농장에서 받아쓰느라 어떤 날은 하루 종일 닭요리,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토마토 요리가 나오는 날들을 그저 웃긴 에피소드 정도로 넘겼었는데, ‘그때그때 주어진 재료 내에서 최대한 소비하는 생활을 별 불편 없이 했었구나’ 하고 조금 다르게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핑계로 항상 로컬 마켓에 가보는 걸 미루고 있습니다. 시간 내기도 어렵고 비싸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 저도 감당 못한다는 생각부터 쉽게 하는데, 우선 한 번이라도 찾아가보고 어떤 것을 얼마만큼 대체할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습니다. (김지선)

▲ 코로나19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진 유럽도반의 여러 사회활동

유럽에서 랜선을 타고 함께 또 지역별로 따로 진행된 하반기 환경학교를 통해 현재 우리의 삶 속에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점검하며 서로를 격려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실천으로 큰 변화를 꿈꾸는 유럽정토회 에코붓다들은 이젠 환경에 관한 것은 바로 지금, 여기서, 내가 해야 하는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임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에코붓다 소식지 2021년 1·2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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