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음식물 쓰레기 흙퇴비화 실험 이야기’①


2020년 1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전국적으로 ‘가정 음식물 쓰레기 흙퇴비화 실험단’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이는 음식물 쓰레기의 발생을 최소화하고, 발생한 쓰레기는 발효를 통해 흙으로 퇴비화함으로써,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제로화(최소화)하는 실험을 함께 해보는 환경실천 체험단입니다. 2020년에 1기, 2기가 시작되어, 총 1214명이 116개 모둠으로 진행하였습니다. 공식적인 일정은 2월 초순경에 거의 마무리가 되었으며, 3월까지 한 달 더 모둠을 운영하고 있는 곳들도 있습니다. 모둠별로 소통방 소통과 시작모임, 중간모임, 닫는 모임을 진행하여, 실험단 중에는 음식물 쓰레기 배출 제로에 성공하는 등 좋은 사례들이 매우 많이 나왔습니다. 여기서는 지면상 그 중 음식물 쓰레기 배출 제로에 성공한 3명의 이야기와, 해외 사례인 시드니의 퇴비화 이야기를 싣습니다.


지속가능한 환경실천
쉽고 재미있는 음식물 쓰레기 흙퇴비화

김지우 | 경기도 부천시


우리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전 지구적인 극단적 이상 기후 현상에 관한 뉴스를 자주 접하고 살아간다. 가뭄, 홍수, 산불로 인해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는 뉴스를 하루가 멀다 하고 보다 보니, 이제는 환경 문제의 심각성, 위기의식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2년 전 쯤, 환경다큐영화 알바트로스를 보고 플라스틱이 저주스러웠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플라스틱 제로에 도전했지만, 현실적으로 플라스틱 없이 살아가는 삶이 더 제로에 가까움을 알고 좌절했던 쓰디 쓴 경험도 있었다.
환경실천은 지속가능해야 함을 뼈져리게 느꼈다.


‘플라스틱 제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음식물 쓰레기 배출 제로’는 퇴비화를 통해서 지속가능

음식물 쓰레기 흙퇴비화 실험을 하면서 우리나라에서 한 해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가 돈으로 환산하면 20조, 처리비용은 2조원 임을 알게 되었다. JTS 국내복지, 영양꾸러미 사업은 전국 28개 법당에서 추천받은 아동에게 10만원 상당의 영양꾸러미를 전달하는데, 2조원이면 100만원 상당의 영양꾸러미를 200만명의 아동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금액이다. 남아 버리는 음식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이면 우리나라 굶주리는 아동을 구제할 수 있는 금액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음식쓰레기 제로에 도전했고, 결과는 성공했다.
흙퇴비화 실험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음식물 쓰레기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았다. ‘플라스틱 제로’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지만, ‘음식물 쓰레기 제로’는 퇴비화를 통해서 지속가능한 환경실천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음식물쓰레기 흙퇴비화 과정은 정말 쉽다. 재미있다.

환경실천은 쉬워야 지속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재미있으면 더 좋고.
음식물쓰레기 흙퇴비화 과정은 정말 쉽다. 재미있다.
조리하고 남은 음식쓰레기는 잘게 자른 다음 물기를 빼고, 발효제에 섞어 하루 이틀 방치한다. 점점 꾸덕해진 음식물 쓰레기의 무게를 재고, 날짜를 적어 퇴비흙 깊숙이 묻기만 하면 된다.
하루 , 이틀 , 일주일 , 열흘… 퇴비흙은 본연의 소임을 다한다.
주의할 것은, 음식쓰레기를 묻고 방치하면 안된다. 지속적으로 흙을 섞어주고 비벼주고 뒤집어주어야 한다.
쪼그리고 앉아 관찰하고 냄새맡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동이라기 보다 놀이다. 음식쓰레기가 퇴비화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신기하고 재미있다. 흙에 대한 경이로움과 감사함을 느낀다 .이것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다.
누려보시라 ~ 강추 !


음식쓰레기 제로가 지속가능하려면 ‘빈그릇 실천하기’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적게 장보고, 적게 먹고, 남김 없이 먹고, 끝까지 먹고, 그래도 남는 음식쓰레기는 흙퇴비화 한다. 덕분에 장바구니도 가벼워졌다.
퇴비흙은 농사로 이어져 올 해는 집 앞 작은 화단에 무농약 상추, 고추를 재배할 계획이다.


파,양파 오래 보관하기 – 흙에 묻기만 하면 되요

파의 푸른 이파리는 잘라 냉장고에 넣고, 뿌리와 흰 줄기 부분을 퇴비흙에 묻어두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평소 양파가 잘 썩어서 양파 밑둥을 퇴비흙에 올려 두었더니 한달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 먹을 때 마다 말 할 수 없는 감사함과 뿌듯함이 느껴진다.


흙퇴비화 실험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은 감사함이다

흙에 대한 감사함. 소리 없는 흙의 가르침을 배운다.
먹다 남은 과일, 채소를 묻기만 하면 흙은 인간이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 하루 이틀 일주일 지나면 흙은 대단히 놀라운 생명력을 지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을 통해 흙이 나에게 전하는 침묵의 메시지를 듣는다.
나는 이 지구를 위해 한 줌 흙만큼 만이라도 유익한 일을 하고 살아왔던가 ?
요즘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나는 그것을 흙을 통해 배웠다. 침묵의 언어로 본연의 소임을 다하는 흙은 다름 아닌 수행자의 삶과 닮아있다.
음식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내 삶에도 감사하다.


자유는 하지 않을 자유도 있지만, 음식쓰레기 퇴비화는 이 시대에 꼭 해야만 하는 자유가 아닐까?

나는 앞으로도 꼭 해야만 하는 자유를 선택하고 끝까지 실천하겠다.
그래야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기에.



*에코붓다 소식지 2021년 3·4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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