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붓다의 실천 활동

 

에코붓다의 실천 활동


행복한 농부가 행복한 흙을 만든다

참석 : 김윤미(서광주지회), 민찬희(수원지회), 손경미(진주지회), 정경희(해운대지회)
진행, 정리 : 김경미(에코붓다)


나 하나 실천한다고 해서 바뀌는 게 있을까?
의문과 회의 속에서도 지구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한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묵묵히 가는 사람들, 바로 가정에서 흙 퇴비를 실천하는 분들입니다. 주변의 무관심과 때로는 가족의 비난을 받으며 음식물쓰레기 제로를 생활화하는 분들과 진지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흙 퇴비화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정경희 : 저는 2020년 11월에 시작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음식물쓰레기를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 정토회 에코붓다 흙 퇴비화 실험단 1기부터 참가했습니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모르는 것은 물어보는 과정이 있어 포기하지 않고 지금껏 왔습니다.

김윤미 : 흙 퇴비화는 실험단 2기부터 참여했습니다. 저는 행복한 복숭아를 키우는 정직하고 바른 농부의 아내입니다. 복숭아를 키우면서 흙의 소중함을 알기에 퇴비함에도 애정이 갑니다. 행복한 복숭아는 풀과 함께 자라고 천천히 익습니다. 밤새 이슬을 먹은 풀은 낮 동안 뜨거운 햇볕에 흙이 과열되는 것을 막아주고 수분을 품게 합니다. 퇴비 흙도 마찬가지입니다. 음식물쓰레기를 넣으면 어느새 촉촉한 수분을 품은 흙이 되어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풀과 함께하지 못하고 3년이면 지쳐서 풀을 제거합니다. 행복한 복숭아와 풀이 함께 한 시간은 10년입니다. 풀은 자연이고 공생하며 함께 살아야 합니다. 풀처럼 음식물쓰레기도 흙이 되어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면 됩니다.

손경미 : 저는 게을러서 흙 퇴비를 시작했습니다. 게으름이 몰려올 땐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1층까지 내려가기 싫어집니다. 특히 겨울엔 귀찮은 마음이 더 올라옵니다. 그래서 음식물쓰레기를 흙퇴비함에 넣으면 1층까지 안 내려가도 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흙 퇴비함은 나의 게으름을 받아주고 담아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민찬희: 흙 퇴비화의 시작은 수동적이었습니다. 흙 퇴비화를 한다는 소식에 참여는 했지만, 아이들은 냄새나고 더럽다고 싫어했고 달걀껍데기나 동물성 음식물쓰레기가 나오면 물러서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처음부터 반가운 마음으로 하신 분도 계시고 의무감에 시작한 분도 계시는데 흙 퇴비화를 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음식물 쓰레기양은 얼마나 줄었을까요?

정경희: 제 퇴비함 이름은 지구사랑입니다. 흙 퇴비화를 하면서 제 일상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음식물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장도 적게 보고 먹는 것도 적게 먹습니다. 생선과 육류 뼈는 처리가 어려워 식생활을 채식 위주로 바꿨습니다. 음식은 먹을 만큼만 적당히 만듭니다. 처음엔 음식물쓰레기의 70~80% 정도를 퇴비화했으나 지금은 99% 정도 처리하고 있습니다. 요리할 때 나오는 채소와 싱크대 거름망에 있는 것들은 말려서 퇴비함에 넣습니다. 아파트 관리비 음식물쓰레기 비용이 0원이라 관리사무실에서 확인차 나온 적도 있습니다. 가족에게 극성맞다고 질책도 받고 주말부부인 남편이 한 번씩 뭐 먹고 사냐고 물어볼 정도로 냉장고가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김윤미 : 농촌에 오랫동안 계신 분들을 흙 퇴비에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귀농한 지 얼마 안 되는 분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한 번은 흙 퇴비 방법을 알려달라고 해서 흙 퇴비화 교육을 홍보하다 불교대학 전법까지 이어졌습니다.

손경미 : 우리 집은 음식을 만들면 끝까지 먹기 때문에 음식물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생활하며 조금씩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는 퇴비함으로 다 처리가 됩니다. 여름에 나오는 수박껍질과 김장할 때 나오는 채소는 좀 버겁습니다. 요리하며 음식물쓰레기를 만들어 내지 않으려 하기에 저절로 적게 먹고 적게 쓰는 것이 몸에 배었습니다. 처음에 음식물쓰레기 버리러 일 층까지 내려가는 게 귀찮아서 시작했다고 했는데 음식물쓰레기가 나오는 즉시 퇴비함에 넣어야 하기에 더 부지런해졌습니다.

민찬희 : 지금은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의 50% 정도를 흙 퇴비화하고 있습니다. 과일은 오랫동안 상자로 사서 먹었는데 퇴비함 덕분에 이제는 먹을 만큼만 사서 먹습니다. 처음엔 음식물을 잘게 다지는 것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재미있습니다. 요즘은 아이들과 흙에 관한 이야기로 대화도 합니다. 아이들이 “엄마 이것도 저것도 가져다 넣어” 하며 흙 퇴비 함에 넣을 것을 찾아줍니다. 흙 퇴비 함을 함께 보며 음식물쓰레기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함께 기뻐합니다. 아들은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 노력하고 퇴비화에 관심을 가집니다. 가끔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아이한테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에 다시 힘을 냅니다.
 

흙 퇴비화를 하면서 힘들 때도 있으셨을 텐데요

정경희 : 주변 지인에게 함께 하자고 권하면 무관심할 때 힘듭니다. 다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은 있으나 실천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정토회 흙 퇴비화 사업처럼 꾸준히 함께 하는 시스템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환경에 관한 관심과 사랑이 없다면 할 수 없습니다.

김윤미 : 농사와 마찬가지로 흙 퇴비화에 성공하려면 미생물과 벌레를 두려워하지 말고 친숙해져야 합니다. 농사를 지으며 미생물과 벌레 때문에 힘든 적이 있었습니다. 내가 왜 이럴까 고민하다가 어느 날 ‘우리가 먹는 음식물들은 농부의 피와 땀과 수많은 미생물이 키운 것이다. 내가 키웠다고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내 돈으로 내가 산 농산물이라고 해서 가벼이 여기지 말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흙과 미생물, 벌레와 식물과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흙을 파다 지렁이와 마주했을 때 지렁이를 다시 묻어주며 고맙다고 말해봅니다. 복숭아나무를 전지할 때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희망이 되어주세요.’ ‘이 복숭아를 먹고 아픈 사람은 치유되고 취준생은 직장을 얻고, 복숭아를 먹은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해주세요.’ ‘맑고 밝은 향기 나는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발원도 합니다. 대화하면 흙도 식물도 그 마음을 안다고 믿습니다. 식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큰다고 합니다. 대화는 관찰이고, 관찰은 관심입니다. 흙 퇴비에 실패하신 분들이 있다면 다시 도전하시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흙과 대화를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손경미 : 가끔 지인들이 집에 오면 퇴비함을 보여주며 함께 하자고 권합니다. 냄새가 날까 봐 겁먹고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퇴비함에서 직접 냄새를 맡게 합니다. 정말 향긋한 흙냄새만 납니다. 실패했던 분들께는 다시 해보자고 권하고 싶습니다.

민찬희 : 친구와 언니에게 권했는데 다들 냉랭한 반응이었습니다. 흙과 효소를 보내줬는데 실천하지 않습니다. 흙 퇴비화가 일반인들에게 불편함 거북함으로 받아들이는 점이 아쉽습니다.

 
힘들어도 계속하는 이유와 흙 퇴비화를 계획하고 계신 분들께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주세요.

정경희 : 흙 퇴비화되는 과정이 신기하긴 하지만 재미로 하지 않습니다. 힘들어도 환경을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는 이유도 역시 환경 때문입니다. 흙퇴비함에 가끔 비닐이 들어갈 때가 있는데, 비닐이 몇 달이고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서 썩지 않는 플라스틱 제품은 사용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과도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수행입니다. 흙 퇴비화도 수행하는 마음으로 합니다. 환경은 모든 생명체의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집 없이 우리가 살 수 없듯이 환경이 파괴되면 생명체도 살 수 없습니다.

김윤미 : 흙 퇴비화는 환경을 위한 씨앗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인간은 흙과 함께 살아야 합니다. 흙이 건강해야 인간도 건강합니다. 흙은 식물을 통해 공기 중의 탄소를 땅속으로 가져옵니다. 탄소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작은 땅이라도 놀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놀고 있는 작은 밭이라도 개개인에게 분양해서 자급자족하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후 불평등은 점점 커질 것입니다. 농업기술의 확대와 교육, 그리고 정책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손경미 : 아파트에서 흙을 만지는 그 촉감이 좋습니다. 우리 집 퇴비함에는 흙냄새만 가득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이 문제인데 이산화탄소를 품어주는 흙을 집안에 둘 수 있습니다. 정말 좋은데 설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구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이런 마음이 모여 전체가 될 수 있다면 나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민찬희 : 우리 집 흙퇴비함 이름은 작은 우주입니다. 음식물이 흙 안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모든 우주와 생명은 이어져 있다는 부처님의 연기법을 체험합니다. 상추 꼭지를 퇴비 함에 넣으면 상추는 흙이 되고 그 흙에 식물을 심으면 상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감자로 토마토로 모습만 바뀝니다.
음식물이 사라지는 신기함과 재미가 꾸준히 할 수 있는 행동력으로 바뀌게 된 동기가 되었습니다. 아파트 생활하면서 흙을 보고 만질 일이 없는데 퇴비화를 하면 매일 흙을 보고 만지고 냄새 맡는 오감이 자극되어 좋습니다. 키우는 강아지가 퇴비 흙을 흘리거나 퇴비함 뚜껑이 열려있으면 냄새를 맡다가 날름 먹는 일도 있습니다. 강아지도 좋은 흙을 알아보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한번은 내가 쓰레기 줍기를 하고 인증사진을 찍는 것을 아들이 보고 친구들과 함께 아파트 화단에 있는 쓰레기를 주워온 적이 있습니다. 놀라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흙퇴비 함으로 아이의 생각이 확장되는 것 같아 아이를 키우는 분들은 꼭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퇴비 흙을 이용해서 해 보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정경희 : 앞으로는 퇴비 흙으로 베란다 텃밭을 키우는 ‘행복한 농부’에 참여해 직접 키운 채소로 직접 요리할 계획입니다. 지구를 살리는 ‘행복한 농부’를 응원합니다.

김윤미 : 행복한 농부의 아내는 텃밭이 있어 키울 수 있는 채소들은 자급자족해서 먹고 있습니다. 지금은 텃밭 퇴비 흙에 고구마를 묻어놓았습니다. 집 베란다에서 채소를 처음 기른다면 소량으로 손쉽게 가꿔서 먹는 상추, 고추, 청경채 등 가정에서 쌈으로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추천합니다.

손경미 : 퇴비 흙으로 부추를 키워보려고 합니다. 얼마 전 먹던 파 뿌리를 퇴비 함에 꽂아놨는데 파가 올라왔습니다. 흙 퇴비 함에서 행복한 농부까지 작은 실천으로 큰 행복을 얻습니다.

민찬희 : 퇴비 흙을 이용해 베란다 텃밭을 하게 된다면 파를 한번 심어보고 싶습니다. 내가 직접 키운 파를 꼭 요리에 사용해 볼 생각입니다. 행복한 농부 파이팅!

 

*에코붓다 소식지 2022년 03·04월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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