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자연과 인간 공생의 길 실천” 불교계 ‘환경오계’ 만든다

방송날짜: 2006.12.14

“자연과 인간 공생의 길 실천” 불교계 ‘환경오계’ 만든다

‘지리산 골프장 건설’ ‘새만금 간척 사업’ ‘북한산 국립공원 관통 터널 건설’ ‘천성산 고속철도 건설’ ‘미륵산 케이블카 건설’…. 최근 들어 각종 환경파괴적인 개발사업 반대운동을 펼치면서 환경운동의 중심에 섰던 불교계가 환경보전을 위한 핵심 실천강령을 담은 계율 제정에 나선다.


불교계 환경단체인 불교환경연대는 지난 12일 서울시 견지동 조계사 안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환경오계(五戒) 제정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 불교의 전통생활문화인 발우공양에서 출발한 ‘빈그릇운동’ 은 친환경 식사법이다.


이 세미나는 지난 9월 생명존중과 환경보전의 불교사상을 사회와 가정에서 적극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불교환경의제21’ 선포식에서 거론된 환경오계 제정 논의를 처음으로 공론화하는 자리였다. 불교환경의제21은 ▲환경친화적인 생활과 수행의 계승 ▲생태사찰 만들기 ▲수행환경 지키기 ▲사찰의 지역공동체 중심 역할 수행 등 분야별 의제를 담고 있다. 당시 불교환경의제21을 실천하기 위해 조계종 총무원과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사찰생태연구소, 불교환경연대 등 환경 관련 불교단체를 중심으로 ▲빈그릇운동 ▲사찰생태 모니터링 ▲친환경 공양미 올리기 ▲환경오계 제정·실천 등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채식주의등 생활화 확산-


불교계 환경단체들은 환경문제의 근원인 자기자신의 탐욕심을 보게 하고 스스로 절제하여 뭇중생이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실천하기 위한 ‘환경오계’ 제정을 불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근본오계’나 신라시대 화랑들의 실천 덕목을 담은 ‘세속오계’에 비유하고 있다.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인 혜자스님은 “불교환경의제21 선포는 개별적·산발적으로 진행되어온 불교계 환경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조계종단 차원에서 환경보전의 실천 로드맵을 제시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면서 “불교계 전체의 의견과 지혜를 모아 모든 불자들이 환경운동의 주체가 되어야함을 명확히 하는 환경오계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선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 대표는 “마음이 청정하면 산하 대지가 청정하다는, 자연과 인간의 연기(緣起)적인 관계를 밝힌 부처님의 가르침은 환경문제를 보는 가장 바른 진단이자, 수승한 해법”이라며 “일체중생은 모두 같은 뿌리(一切衆生皆悉同根)라는 자연합일과 생명공동체적 불교사상을 바탕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환경오계를 제정하고 이를 사회적인 실천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환경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대표는 “불교사회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수경스님의 삼보일배, 지율스님의 참회단식, 빈그릇운동, 사찰생태문화탐방 등 환경운동 방법론에 새로운 장을 열어보이기도 했지만 환경 문제의 해법을 외부에서만 찾고 자기성찰적인 면에 소홀했다는 지적에는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불사의 대형화와 편의주의로 인한 숲 파괴, 쓰레기 양산과 오폐수 문제 등 사찰의 자연환경문제는 불가의 청정가풍이 탐진치에 오염되어 허물어진 결과이며, 그것은 수행환경을 허물어뜨려 결국 불교정신의 위기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내년 부처님 오신날 선포식-


그는 이어 “환경문제는 인간의 욕망이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생겼으므로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면 불교의 생명공동체적 인식을 바탕으로 인간 스스로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한다”면서 “환경오계는 삼의일발(三衣一鉢)이 상징하는 무소유의 청빈한 삶, 불살생을 실천하는 채식주의, 위기에 처한 생명을 살리는 방생(放生), 순환형 삶을 위한 해우소 등 수행자들의 전통적 생활규범 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조계종 환경위원회 위원인 주경스님(부석사 주지), 불교환경연대 부집행위원장인 지관스님(용화사 주지), 유정길 에코붓다 대표,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서재영 연구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유정길 대표는 “굳이 시대적인 방편인 환경오계를 제정하고자 하는 것은 환경위기의 시대에 새롭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살펴 생활 속에서 실현하고자 하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실천위원회 또는 행동위원회를 구성해 꾸준히 지속되는 환경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재영 교수는 “환경오계 제정을 위해서는 불교 계율에 정통한 율사, 불교사상의 근간을 이해하는 학자, 불교변혁을 시도하는 신도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계는 앞으로 몇 차례 더 관련 세미나를 열어 공론을 모은 뒤 내년 부처님 오신 날에 즈음해 대대적인 환경오계 선포식과 함께 실천과제를 내놓을 계획이다.


〈김석종선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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