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우리집 애완동물은 ‘지렁이’랍니다

방송날짜: 2006.04.12

우리집 애완동물은 ‘지렁이’랍니다
오마이뉴스 | 입력 2006.04.12 11:18

[오마이뉴스 전경옥 기자] 쓰레기 재활용은 이제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상식이 되었다. 재활용품 수거함은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환경단체에 돈을 기부하거나 환경 캠페인에 한번도 참여해 본적 없는 사람이라도 재활용품 수거함에 빈 캔 하나 던져놓을 때마다 약간의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 3월 25일 출간된 < 지렁이를 기른다고? >

ⓒ2006 시금치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 이 난해한 문제는 어찌할까? 동네마다 음식물 처리용기가 놓여있지만 선뜻 다가서기가 두렵다. 용기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거리에서부터 각종 악취가 진동하고 게다가 가축에게 줄 사료로 만들어진다니! 그 썩은 음식물로 사료를 만든다고? 그 가축이 건강하기를 바란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아픈 가축들은 각종 항생제로 연명해야 할 것이다. 항생제에 찌든 가축을 먹느니 차라리 굶겠다.

하지만 이 책 한권으로 각종 걱정은 사라진다. 주방의 골칫거리 음식물쓰레기를 알아서 처리해주는 애완동물을 키워보는 것이 어떨까? 미안하지만 개가 아니다. 개에게는 인간이 먹는 음식물을 그대로 주기보다는 각종 영양소가 고루 들어간 사료를 주기를 권한다. 영양결핍으로 병에 걸려 병원에 데려가느니 사료에 투자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다. 그러고 보니 개는 참으로 키우기 어렵고 까다로운 동물이다. 평생을 책임지고 키울 자신이 없으면 아예 개는 쳐다보지 않기를 바란다. 여기 훨씬 기르기 편하고 기특한 생물이 있다. 지렁이.

지렁이를 길러보는 것은 어떨까?

< 지렁이를 기른다고? > 의 저자 메리 아펠호프는 지렁이와 지렁이 재활용상자를 판매하는 플라워필드사를 설립하고 평생 일반 대중들에게 지렁이에 관한 연구 성과를 알린 인물이다. 일명 ‘지렁이 여인’. 평생을 지렁이 이야기만 하고 다닌 사람이라니 조금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에 빠져들고 나면 작은 지렁이의 역할에 놀랄 것이다. 작은 생명체 하나에 경이로운 자연의 힘이 숨어 있다.

편하게 기를 수 있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방치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렁이도 생명이니 그들의 원하는 조건이 있다. 15~25℃ 사이의 온도와 적당한 수분, 공기가 잘 순환되는 환경은 필수이다.

지렁이는 줄지렁이가 가장 적당하다. 가까운 낚시용품점이나 원예 도매상, 지렁이를 파는 농원에서 구입할 수 있고 낙엽더미나 퇴비더미 속에서 직접 구할 수도 있다. 지렁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다른 애완동물과 마찬가지로 집과 이불 등도 필요하다. 지렁이의 집이 바로 지렁이 상자이며 이불은 각종 재료를 활용한 깔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다양한 지렁이상자를 만드는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환경단체에 문의해 구입하는 것도 좋지만 직접 시간을 내서 만들어 보는 것도 정감 있을 것이다. 휴일 나무를 구해오고 공구를 꺼내서 아이들의 생물공부를 돕는 아버지는 한층 멋스럽지 않을까?

지렁이가 만든 ‘분변토’는 훌륭한 ‘퇴비’

우리나라엔 지렁이상자 파는 곳 없나요?

재활용으로 순환과 나눔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가게의 공방에서 폐 플라스틱을 수거해 다시 지렁이 상자로 만드는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4월 출시 예정) 에코붓다와 생협, 환경단체에서도 흙으로 구운 화분을 지렁이 상자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면적과 무게를 고려해서 직접 구입해도 되고, 단체를 통해 분양받아도 좋습니다. / 마용운

지렁이 깔개는 지렁이가 활동하는 매개물이고 음식쓰레기를 묻을 공간으로 활용된다. 단 지렁이는 음식쓰레기뿐 아니라 깔개까지 먹어치우기 때문에 지렁이에게 해로운 성분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보통 신문지, 컴퓨터용지, 코코넛 섬유를 흙, 탄산칼슘과 섞어 깔아주면 좋다. 이 환경에서 지렁이들은 무엇을 만들어 낼까?

지렁이가 섭취한 먹이가 소화기관을 통해 항문으로 배설되는 물질을 분변토라고 한다. 이 분변토와 일부 퇴비처럼 되어버린 깔개, 아직 퇴비가 되지 않은 음식물과 깔개들이 섞인 것을 지렁이퇴비라고 한다. 지렁이 상자를 여섯 달 정도 돌보지 않고 그대로 두면 지렁이 상자의 물질이 모두 분변토로 변하게 된다. 완전히 숙성된 상태의 분변토는 식물에 줄 훌륭한 퇴비로 활용할 수 있지만 매번 지렁이를 다시 사들여야 한다. 반면 두세 달에 한번씩 지렁이를 수확해서 새로운 깔개로 옮겨주면 더 많은 지렁이들을 얻을 수 있지만 숙성이 덜된 지렁이퇴비를 얻는다.

저자는 이 두 가지의 방법 중 중도주의를 택하라고 권한다. 가정용 식물에 쓰기 적당한 분변토와 지렁이 확보를 위해서 네 달마다 지렁이 상자에서 지렁이들을 분리하고 깔개를 새로 넣어주는 것이다.

지렁이 상자 하나가 지구 살리는 첫걸음 될 수도

지렁이는 암수 한 몸으로 한 마리가 정자와 난자를 함께 생산해 번식을 한다. 전문가들은 8마리의 지렁이가 8개월 동안 1500여 마리의 자손을 낳는다고 계산하고 있다. 이 놀라운 번식력을 알고 나면 지렁이가 온 집안을 뒤덮지 않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건 없다. 제한된 먹이와 서식공안을 두고 경쟁하는 동안 악화된 환경 안에서 일부의 지렁이들은 죽어 분해 된다. 자연은 자연 스스로 정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점차 파괴되어 가고 있는 환경. 이 지구 안에 인간이 결코 건강하게 살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은 작은 지렁이 상자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렁이 상자 안에서 톡토기, 쥐며느리, 지네, 노래기, 응애 등 다양한 생물들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이 없다면 퇴비화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순환계는 그야말로 유기적이기 때문이다. 이 다양한 생물 중 어느 하나를 살리고 죽인다는 것은 순환계를 해치는 일이다. 별 생각 없이 밟아 죽이던 생물도 지구 환경에 필수적이라는 사실.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이제 이 놀랍고 경이로운 상자를 집에 들여 놓는 것은 어떨까? 골칫덩어리 음식쓰레기도 해결할 수 있고 생태계의 놀라운 힘을 발견할 수 있다. 텃밭을 꾸미고 건강한 토마토도 키울 수 있다. 지구 환경을 살리는 실천이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렁이 상자 하나가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전경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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