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Save Earth Save Us] “밥 한 톨 안 남기고 먹어요”

방송날짜: 2008.12.19

홍은초등 900명 ‘빈그릇 사랑’운동

서울 홍은초등학교 신정화 교사(中)가 17일 점심시간에 학급 학생들에게 식사를 나눠주고 있다.

17일 서울 홍제3동 홍은초등학교 6학년 4반 교실. 점심 시간을 맞아 27명의 학생이 식판에 콩나물밥·칼국수·김치·연근튀김·귤을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아 먹는다. 웃고 떠들며 즐겁게 식사한 어린이들은 모두 밥알 한 톨 남기지 않았다. 빈 식판에 물을 부어 남아 있는 고춧가루 하나까지 다 씻어 먹었다.

이 학급에서는 3월부터 ‘빈 그릇 운동’을 실천해 왔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환경운동이다. 학생들은 처음엔 점심 시간을 ‘죽음의 12시’라며 낯설고 힘들어했다. 자기가 먹을 만큼 음식을 받아 맛있게 비우는 습관이 안 돼 있었던 것이다.

신정화(52·여) 담임교사는 “밥 한 그릇에 얼마나 많은 이가 정성을 들였는지 설명하고, 굶주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줬더니 아이들이 이해하고 따라왔다”고 말했다. 이채은양은 “물을 부어 김칫국까지 다 먹는 게 힘들었지만 얼마 전 현장학습을 간 전쟁기념관의 식당에서도 ‘빈 그릇’을 했다”고 말했다.

신 교사는 2005년 시작된 불교환경단체인 에코붓다의 빈 그릇 운동 100만 인 서약 캠페인을 보고 같은 해 10월 학급에 빈 그릇 운동을 도입했다. 아이들에게 음식의 소중함을 알려 주고 환경도 보호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올해는 이 학교(전교생 900여 명) 32개 학급 가운데 20개 학급 이 ‘음식 비우기’에 동참했다. 골칫거리였던 ‘음식물쓰레기’ 치우기 수고도 줄어들었다. 염갑선 교장은 “11월 초 경주 수학여행에서 학생들이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을 보고 콘도 직원들도 놀라워했다”고 말했다.

신 교사는 지난해에는 부산시교육청에서, 올해 10월엔 서울 서부교육청 교장회의에서 ‘인성 교육’ 우수 사례로 발표를 했다. 그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여 환경을 살리면 돈 안 들이고도 다른 사람들에게 베푸는 행동이라고 아이들에게 강조한다”며 “고학년보다 1~2학년들이 더 잘 따르는 것을 봐서 환경운동도 조기 교육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에코붓다의 이성미 환경사업부장은 “빈 그릇 운동 실천 학교가 많아져 올해는 전국 200여 곳에 관련 자료를 보냈다”며 “경기도 남양주의 광동중학교는 음식물쓰레기 처리 비용을 월 45만원에서 15만원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글·사진=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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