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김숙현칼럼-빈그릇운동

방송날짜: 2004.11.08 13:22:47

[불교신문]

김숙현칼럼-빈그릇운동

여행 짐을 꾸리다보면 인간이란 참으로 많은 물품을 소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배낭여행이 아님에도 소지품의 가짓수가 왜 그리도 많은지. 입으로는 ‘새처럼 가볍게’라고 몇 번이나 외치면서도 결국 트렁크를 가득 채우고 말았다. 훨훨 날아다니는 새를 부러워 하지만 정작 날개가 주어진다해도 과연 날 수 있을까. 새는 날개를 이용해 지상 600m 상공까지 솟아오를 수 있으며 수중 200m까지 낙하해 먹이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날개 손질에 갖은 정성을 기울인다. 개미를 유인해 깃털 사이의 벌레나 찌꺼기를 청소하도록 한다. 또한 새는 언제나 가벼운 상태를 유지해야하는 까닭에 방광을 포함해서 많은 내장기관을 생략하고 있다. 먹이도 물론 여축없이 그 때 그 때 해결해야 하므로 필요 이상의 물고기를 잡는 일이 없고 대신에 한번 잡은 것은 남김없이 마지막 뼈까지 먹어치운다.

그에 비하면 인간은 참으로 군더더기가 많고 낭비도 심하다. 내일의 양식을 넉넉히 저장해두는 것이 준비성 있는 사람의 미덕일 법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 낭비와 오염을 가져오니 문제다.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의 경제적 손실액은 1년에 15조원이나 된다고 한다. 게다가 전체 음식쓰레기의 태반은 일반가정에서 배출되고 있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물기와 염분이 많은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의 특성 때문에 매립해도 수질오염이 심하고 소각할 경우 불완전 연소로 다량의 유해물질이 발생한다고 한다. 못 먹고 배고프던 시절 풍성하고 푸짐한 식탁을 선호하던 버릇을 아직까지 버리지 못한 탓일까. 조금 덜 차려 식탁의 음식물을 깨끗이 먹어 없애면 식비도 절약되고 지구를 아름답게 하는데 보탬이 되는 줄 알면서도 실천을 못하는게 안타깝다. 그런 의미에서 정토회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전국적으로 펼치고 있는 ‘빈그릇 운동’은 참으로 뜻 깊다.

정토회는 ‘빈그릇 운동’의 실천 항목으로 적당량 요리하기, 1식3찬의 소박한 밥상 차리기, 먹을 만큼 덜어먹기 등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의 작은 노력만으로 자연을 살리고 굶주린 이웃과의 나눔도 실현할 수 있으니 정토회의 ‘빈그릇 운동’에 모두 동참했으면 싶다.

김숙현/ 희곡작가

[불교신문 2077호/ 11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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