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밥만 안남겨도 8억명 살려요”

방송날짜: 2005.12.21 00:10:49

(::‘빈그룻 운동’ 서약 100만 돌파… ::)
모든 교실마다 지렁이를 키우는 이상한(?) 학교가 있다. 매일 먹이를 주며 보살피는 당번도 정해져 있다. 지렁이가 만들어낸 거름으로 학교 화단에서 예쁜 꽃도 키우고 생태농장에서 상추와 쑥갓도 키워 먹는다. 학생들은 징그럽게만 느껴지던 지렁이가 이제고맙고 귀엽단다. 인천 부흥중학교의 이야기다.

이 학교 학생과 교사들은 음식 남기지 않기 환경운동인 ‘빈그릇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교장·교감 선생님부터 불교환경단체인 정토회 ㈔에코붓다(이사장 법륜)가 주도하고 있는 빈그릇 운동에 동참하기로 서약을 하기 시작했다. 전교생과 교직원 90% 이상이 식사 때마다 음식을 남김 없이 먹기로 약속했다. 교실마다지렁이를 키우는 화분도 들여놓았다. 화분 속 지렁이들은 급식 후남은 음식을 먹고 소화시켜 배설물을 내놓는데, 그것은 식물 재배에 좋은 거름이 된다. 학생들은 지렁이 분변토를 이용해 생태농장에서 무공해 채소를 키우는 것. 빈그릇 운동과 지렁이 화분은 이제 이 학교의 자랑거리가 됐다. 학생들이 남기는 음식 양도현격히 줄었다. 3학년 학생들이 남긴 음식 양만 해도 처음엔 100㎏이 넘었으나 빈그릇 운동을 시작한 후에는 30㎏ 정도로 감소했다고 한다.

이 학교는 20일 서울 중구 흥인동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빈그릇운동 음식남기지 않기 100만인 서약 캠페인’ 결과 보고회에서‘빈그릇 학교상’을 수상했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소박한 실천으로 자연을 살리고 지구 저편의굶주린 이웃들을 살리자는 빈그릇 운동은 정부·지자체·학교·군대·기업·종교계·시민사회단체·언론 등이 동참하면서 범국민 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 1년 3개월동안 서명에 동참한사람은 100만명을 훌쩍 뛰어넘어 120만832명에 이른다. 이들이약속의 의미로 1000원씩 낸 기금은 인도JTS(1500만원), 한국JTS (1500만원), 밥퍼나눔 운동본부(800만원) 등 빈민구호단체와 제3세계 어린이 구호단체에 전달됐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환경부장관과 이정자 녹색 서울시민위원회공동의원장 등이 참석해 격려사를 했다. 캠페인에 앞장선 방송인 배종옥·전원주·이재룡·손현주씨, 방송작가 노희경씨, 박재훈 MBC 기자, EBS ‘하나뿐인 지구’ 방송팀, 설동근 부산광역시교육청 교육감 등에게 감사패가 수여됐다. 오정숙·김순호·최선숙씨 등은 활동가상을 받았고, 가족상은 양성운·길주옥씨 가족에게 돌아갔다. 육군 제20기계화보병사단은 빈그릇 군대상을 받았고 빈그릇 식당상은 한가족 식탁, 원조 시락국집이 받았다. 부흥중 외 동부초, 송정중, 계성여고, 동인고, 휘경여고 등도 빈그릇 학교상을 받았다. 파리크라상, 경상대 ‘에코캠퍼스 살터 누리단’, 박달재 수련원, 수원시 등은 각각 기업·단체·지자체 대표로 상을 받았다.

유정길 정토회㈔에코붓다 대표는 “밥을 다 먹는 것이 뭐 그리대단한 일이라고 운동까지 벌이느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지만연간 15조원의 음식이 버려지고 이를 처리하는 데 4000억원이쓰인다”며 “이 비용이면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8억명을 살릴 수있다”고 강조했다.

정희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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