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한국일보] 홍은초등 “밥 먹기 전·후 식판이 똑같아요”

방송날짜: 2007.5.30

홍은초등 “밥 먹기 전·후 식판이 똑같아요”
‘빈 그릇 운동’ 환경 사랑 실천…김치 등 싫어하는 음식도 먹게 돼 ‘일석이조’









나현준(서울 홍은 6) 군은 5학년 때까지 김치를 거의 먹지 않았다. 급식 메뉴로 김치가 나오는 날이면 손도 대지 않아 그대로 남기기 일쑤였다. 그러나 6학년이 되면서 음식을 가려 먹는 습관이 싹 사라졌다. 학기 초부터 학급에서 실시하는 ‘빈 그릇 운동’에 참여한 덕분이다.

‘달그락 달그락’

30일 낮 서울 홍은초등학교(교장 황연규) 6학년 4반의 급식 시간. 메뉴는 하이라이스와 수박, 깍두기, 감자. 식판과 숟가락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식사를 마칠 무렵, 여기저기서 물을 쪼르르륵 식판에 붓는다. 이어 남은 밥 한 톨도 아까운 듯 득득 긁어 먹고는 물까지 후루룩 들이마신다. 잔반은커녕 어린이들의 식판은 급식 전에 받은 것과 다를 바 없이 깨끗하다.

이 학급 28 명의 어린이들이 ‘빈 그릇 운동’을 시작한 것은 학기 초부터. 이는 환경 운동 단체인 에코 붓다가 ‘음식을 남기지 않겠다’는 서약과 실천을 통해 환경과 음식의 소중함을 알리는 운동이다.

담임인 신정화(51) 교사는 20여 년 전부터 어린이들로 하여금 음식 남기지 않기를 실천하도록 이끌어 왔다.

식판에 물을 부어 남김없이 먹는 식사법을 처음 접한 어린이들은 구역질을 하는 등 힘들어 했다. 최회란 양은 첫날인 3월 5일 소감문에 “걱정이 태산이다. 오늘 메뉴는 마요네즈가 들어간 샐러드다.

으~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라고 적을 정도였다. 그런데 석 달 가까이 지난 이 날 최 양은 “어려움을 이겨낸 제 자신이 자랑스러워요. 이제 식판을 싹싹 비우면 마음까지 깨끗해 지는 것 같아요.”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어린이들은 이제 기름기가 있는 볶음 반찬이 나오면 밥을 기름에 비벼 먹은 뒤 물을 부어 먹을 정도로 ‘노하우’도 생겼다.

신 교사는 “어린이들이 음식을 가려 먹지 않게 되고 음식물 쓰레기 감소, 환경 보호, 인내심 기르기 등 좋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과에 10여 개의 다른 학급도 참여하는 등 학교에 ‘빈 그릇 운동’ 바람이 불고 있다.

한편 에코 붓다의 빈 그릇 운동에 동참하는 전국의 유치원과 초ㆍ중ㆍ고교 및 대학교, 군 부대는 모두 800여 곳에 이른다.

‘급식 전 식판일까, 먹고 난 뒤 식판일까?’ 서울 홍은초등 6학년 4반 어린이들이 점심 식사를 마친 뒤 깨끗하게 비운 식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글=정석만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황재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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