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엄마는 환경 비누 만들고 딸은 빈그릇 운동

방송날짜: 2007.7.10


[생생쪽지] 엄마는 환경 비누 만들고 딸은 빈그릇 운동 [브랜드 뉴스]

박수지양 모녀의 환경 사랑

























경기도 광명시 북중학교 3학년 박수지(14)양은 환경운동 단체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관리자다.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남겨 주기 위해 음식을 남기지 말자는 ‘빈그릇 운동’을 펼치는 ‘에코 붓다’의 인터넷 싸이월드 타운(http://town.cyworld.com/zerowaste)에서 활동 중이다. 중1 때 시작한 이 운동이 벌써 3년째를 맞는다. 지금은 홍보물을 띄우거나 인터넷 방문자를 반갑게 맞는 일을 한다.

 수지양은 “친구들도 제가 이런 일 하는지 몰라요. 뭐 별 것도 아닌데요”라고 말했다.
 그의 환경운동은 실은 부족한 학교 봉사 점수를 메우느라 시작됐다.
 어머니 김점희(40)씨가 “자원봉사를 하면 봉사 점수를 주는데 해 볼래”라고 권유했고, 그 말에 따라 나선 것이다.

 처음 한 일은 ‘에코 붓다’ 행사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리는 일이었다. ‘에코(환경) 기자’가 된 것이다. 봉사 점수를 다 채우고 난 다음도 사진을 찍기 위해 자연스레 여러 행사 현장을 방문했다. 수지양은 참가한 많은 단체의 활동을 보면서 어머니 김씨를 이해하게 됐다.

 "처음엔 외계인이거나 괴짜라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자랑스러워요.”
 김씨는 과거에 늑막염을 앓은 뒤 1년간 투약한 약의 부작용때문에 원인 모를 피부병으로 고생했다. 이 때문에 집 밖에서 파는 음식을 피하고 화장품과 비누 등도 직접 만들어 썼다. 환경단체에서 제조법을 배운 것이다. 하지만 수지양의 생각은 달랐다. 남들은 다 잘 쓰는 비누는 몸에 안 좋다고 못 쓰게 하고, 비누 같지도 않은 것을 만들어 주는 엄마가 싫었던 것이다.

 그런데 수지양이 머리를 심하게 부딪힌 뒤 머리카락이 자꾸 빠지는 일이 생겼다. 그때 어머니가 만든 비누가 효험이 있었다. 머리가 덜 빠지는 것이었다.

 게다가 어머니 김씨의 비누 제조법도 날로 나아졌다. 수지양은 친구들 생일에 어머니가 만든 비누를 선물하게 됐다. 수지양은 생리대도 면생리대를 쓴다. 학교 갈 때나 오랫동안 외출할 때는 일회용을 쓰지만 가려움증이 있어 집에 오면 저절로 면생리대로 바꾼다.

 비누와 마찬가지로 면생리대를 쓸 때도 처음에는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유난 떤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수지양은 “웰빙 바람이 불면서 어머니가 하는 모든 일, 그래서 생활이 된 일들이 실은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봉사 점수를 채우기 위해 시작한 일 덕분에 알게 된 것도 많았다.

 한국에서 연간 음식 쓰레기로 버려지는 돈이 15조원이나 되고 이 돈은 월드컵경기장 70개와 지하철 노선 7개를 만들 수 있는 돈이라고 했다. 수지양은 이 말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

 "음식 쓰레기로 그렇게 많은 돈이 버려지다니…, 지구상에서 매일 다섯 살 미만의 어린이 3만4000명이 먹을 것이 없어 죽어간다는데….”
 이제 수지양은 인터넷 관리자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머니 김씨와 얘기하고 의논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머니는 친구 역할을 하면서 수지양의 일을 후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 것이다.

 






김씨도 “수지가 환경 실천을 할 때 불편했을 텐데 믿고 따라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자녀를 교육하는 일은 부모가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부모는 그러한 실천에 아이가 적응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수지양은 한창 시험 기간에도 하루도 안 빠지고 인터넷 사이트를 둘러보고 있다. 수지양은 “빈그릇 운동을 통해 지구 한편에서는 많이 먹어 병이 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먹지 못해 죽어가는 일이 없어지고 다 같이 행복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숙 열공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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