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애경 주부의 “우리집을 공개합니다.”

편집부

주부 18년차인 권애경씨는 자신의 집을 개방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니 언제든지 대환영이며 심지어 한번 오라고 권하기까지 한다. 그의 집에는 무슨 대단한 것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대림동 다가구가 밀집해 있는 곳에 위치한 그의 집을 방문했다.

그의 집 역시 다가구 건물로 방 두 칸과 부엌이 딸린 집으로 12평쯤 돼 보였는데 전세로 살고 있다고 한다. 남편이 구청공무원으로 재직하고 있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아이가 없기 때문에 두 식구 살기에는 딱 알맞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집에 들어섰을 때의 첫 느낌은 앗 소리 나는 충격은 아닐지라도 묘한 울림같은 것이 있었다. 있어야 할 것들이 없는데서 오는 섭섭함인지 허전함인지. 안방에는 결혼할 때 사온 오래 돼 보이는 두 칸짜리 장과 19인치 컬러TV가 전부였다. 화장대를 대신해서 손으로 들고 보는 손바닥만한 거울이 TV옆에 놓여있었다.

그런 소박한 방에 앉아보니 보통의 가정이나 드라마에서 종종 보는 한 벽면을 가득 채운 세련되고 멋진 옷장이나 화장대, 평면TV, 침대 등이 사람을 얼마나 압도하고 있는 지가 느껴졌다. 의외다. 가구는 늘 새롭고 크고 세련된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누구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그렇지 여유만 된다면 더 크고 좋은 것으로 갈아치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그의 집에서는 사람을 주눅들게 하는 가구들이 없는 데서 오는 편안함 느껴졌고 작은 방임에도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멋진 가구가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앞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얼마나 가구에 치여 살았는지 깨닫는 순간이다.

점심으로는 반찬도 국도 없는 김치비빔국수 한 그릇, 그리고 입가심으로 귤과 무를 그릇에 담아 내왔다. 집이 보여주듯 손님접대도 그만의 방식으로 한다. 누가 와도 환영이지만 특별히 준비해서 대접하지는 않는다. 한 상 떡 벌어지게 차려내는 것이 보기에는 좋지만 버려지는 음식이며 조리과정에 드는 에너지를 생각한다면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듯 모자람을 선택한다고 한다.

그의 부엌 또한 소박하다. 특별히 설명할 것이 없을 정도로 있을 것만 있고 불필요한 것은 없다. 주부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냉장고. 냉동실을 열어보았다. 보통 가정에 가면 까만비닐에 쌓여 언제부터 있었는지도 모르는 온갖 식재료들로 꽉 채워져 있는데 비해 이 집의 냉동실에는 바닥을 보인 채 누워 있는 우유팩이 채곡채곡 쌓여있다. 10년이나 재사용하고 있는 우유팩도 많다고 하는데 그 속에는 콩이며, 팥이며 멸치 등 곡물과 마른 식재료가 담겨져 있고 또 각 팩에는 알아보기 쉽게 내용물에 대한 이름들이 적혀 있다. 3분의 2쯤 찬 냉장실 또한 남은 반찬들이 무엇인지 훤히 알 수 있도록 투명용기에 담겨져 있었다.
또 그의 화장실에 가보았다. 모든 사용하는 물건들, 비누, 수세미, 솔 등등이 바닥에 놓여져 있지 않고 벽에 걸려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화장실을 건조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바닥은 물기 하나 없이 었바싹 말라있었다. 그래야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눈에 띤 것은 수납장에 가지런히 각이 나도록 잘 접혀져 있는 수건이였다. 꼭 걸레 같은데 그렇게 곱게 접어 가지런히 올려놓은 이유를 물어보니 18년이나 사용하다보니 볼품이 없어져서 그렇지 얼굴 닦는 수건이란다. 걸래 같이 생긴 수건이 아주 잘 접혀 모셔져 있는 모습은 한 물건이 쉽게 쓰레기통에 버려지지 않고 자기의 명대로 살아가는 것같아 참 감동적이었다.

점심을 먹고 부엌에서 수다 겸 환경실천 강의가 이루어졌다. 20대때부터 환경에 관심을 갖고 실천을 해온 그의 경험과 노하우는 무궁무진하다. 그는 스스로를 게으른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생활에서 환경을 실천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귀찮고 부지런해야 한다는 생각은 편견이라고 말한다. 세탁기를 쓰지 않으면서 쉽게 하는 빨래방법, 음식은 가급적 조리단계를 줄이고 생야채를 즐거먹기, 압력솥을 이용한 가스사용 줄이기 등등. 가전제품이 많을수록 주부의 노동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늘어난다는 것의 그의 지론이다. 예를들어 세탁기가 있으므로 해서 편리하다는 생각에 주부들이 필요이상으로 빨래를 자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손빨래를 해야 한다면 많은 주부들이 그렇게 자주 옷을 빨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세탁기 대신 손빨래를 선택하면 물을 아끼고 전기를 아끼고 빨래를 널고 개는 수고를 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궁극에 가서는 소박하게 먹고 작은 집에서 살며 검소하게 입는다면 따로 환경운동을 할 필요가 없으며 비닐을 적게 쓰려고 애쓰거나 물을 절약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가사노동에서 벗어남으로써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환경문제가 인류 전체의 문제로 빠르게 다가오는 지금, 이제까지와는 다른 삶의 방식이 요구된다. 권애경 주부의 살림살이가 우리의 미래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집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자 하는 이유도 이러한 삶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여 하고 싶어서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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