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것 같지만 가장 어려운 말

– 편집부 –

처음에 계발활동 부서인 빈그릇운동 실천단에 들어갔지만 이름도 생소했고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다. 드디어 계발 활동하는 첫날 빈그릇운동 실천부가 모여서 빈그릇운동 홍보물을 만들게 되었다. 난 그림솜씨도 좋지 않고 꾸미는 것도 잘 못하지만, 홍보물 만드는 일은 즐거웠다. 점심시간에 학교 식당에서 빈그릇운동홍보를 하게 되었지만, 첫날은 약속시간에 늦어서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두 번째 날에는 빈그릇운동 송에 맞추어 율동을 하면서 가면(창피함을 감추기 위해)을 쓰고 홍보를 하였다. 처음에는 창피해서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하다보니 점점 익숙해져 열심히 하게 되었다. 홍보를 두 번 하고 나니 학생들도 빈그릇 운동 실천에 대 한 관심이 생긴 것 같아서 왠지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한 달 후 부처님 오신날에 봉영사에 가서 빈그릇운동 홍보를 하며 서약을 받게 되었다. 난 처음에 봉사시간을 주신다고 하여서 조금만 하다가 오려고 갔는데, 언니들과 홍보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홍보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며 흔쾌히 서약을 하시면서 우리를 도와주시는 분도 계셨고, 바쁘다고 하시면서 서약을 안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안 해주신 분들이 조금 원망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서약해 주는 분들이 더 많이 계셔서 즐거웠던 것 같다.

홍보를 다른 아이들에게 맡겨 두고 우리는 점심밥을 먹으러 뒤뜰로 갔다. 점심밥 메뉴는 나물비빔밥이었다. 처음에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하나씩 들고 먹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밥을 반 공기 정도 먹었을 때 배가 너무 불러서 그만 밥을 남기고 말았다. 우리가 밑에서 열심히 빈그릇운동을 하라고 외쳐놓고 정작 남기지 말아야 할 우리가 남기다니…… 이제까지 서약해 주신 분들께 왠지 모르게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 하는 수없이 음식을 버리려고 밑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께서는 물로 그릇까지 닦아 드시는 것을 보니 가슴 한 구석이 뜨끔했다. 저 할머니께서는 저렇게까지 빈그릇운동을 실천하시는데 그 할머니만큼은 아니더라도 내 밥그릇조차 비우지 못한 내가 좀 한심했다.

난 이제서야 서약중에 쓰여 있던 “나는 음식을 남기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이 가장 쉬워 보이면서도 약속으로 지키기에는 가장 어려운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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