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맑아지면 주변도 맑아진다 | 김영주

특집-에코보살 심층인터뷰
내가 맑아지면 주변도 맑아진다

김영주 | 부산

김성균(이하 “김”) : 정토회는 언제 알게 되었나?
김영주(이하 “주”) : 2006년 봄 불대부터니까 인연이 된지는 한 7년 됐다.

김 : 정토회와 어떻게 인연이 되었는지?
주 : 스님의 ‘참회’라는 테이프를 들었는데 아주 생소했다. 절에 다니긴 했어도 법문이 파격적으로 들렸다. 그 후 울산 법당에 테이프를 사러 갔다가 마침 스님의 직강이 있어 법문을 들었다.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개한테 목걸이를 걸고 개를 끌고 다니면 내가 주인이고 끌려 다니면 개가 주인이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늘 이렇게 괴로운 삶을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줄곧 법당에 나갔다. 정말 쉬지 않고 불대 공부하고 경전반 공부를 했다. 그리고 공양간 돕는 일을 바로 시작했다. 내가 전에 다녔던 절과 다르게 무한정 베풀 수 있는 곳이라 좋았다. 공양 반찬을 집에서 해서 갖다 나르고 하는 것이 너무 신났다. 그러면서 7년이 됐는데, 지금은 집전까지 할 수 있는 인연이 주어져서 참 감사하게 잘 다니고 있다.

인터뷰 하고 있는 김영주님

인터뷰 하고 있는 김영주님

김 : 술 때문에 남편분과 힘들었다고 했는데 정토회 만나기 이전 생활과 최근의 삶을 비교하면 어떤가?
주 : 정토회 만나기 이전은 지옥인데 지금은 천당이다. 정말 지옥과 천당을 수도 없이 왔다 갔다 했다. 남편이 술을 먹고 주사를 부리면 그땐 지옥이고 또 괜찮아지면 천당에 갔다가…

이제는 남편이 지옥으로 갖다 놓아도 천당으로 빨리 올 수 있는 방법이 있더라. 요즘에는 내가 공부를 하니까 남편도 공부를 한다. 법당은 안다니는데 집에서 자기 스스로 공부를 하고 술도 줄였다. 남편에게 ‘해주십시오’ 라고 안했는데도 자기 스스로 하는걸 보면 이게 스님 법문인 ‘내가 맑아지면 주변이 맑아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최광수(이하 “최”) : 환경 실천 부분에서 문제점이 기억나는가?
주 : 처음 정토회에 왔을 때 철저하게 하더라. 참 낯설었다. 그렇게 살지 않다가 여기오니까 하나에서 열까지 제재가 너무 많아 힘들더라. 집에 가서는 실천이 잘 안 되지만 법당에서는 철저히 하고 왜 해야 하는지 알게 되니 나중에는 거부감 없이 하게 되더라.

김 : 왜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나?
주 : 여기 와서 얼마 안됐을 때 스님의 환경에 대한 법문을 들었다. “환경 실천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자연을 훼손한 만큼 자연이 우리한테 큰 재앙을 줄 것이다. 인간이 자연한테 할 수 있는 보답은 자연보호밖에 없다.”고 하셨다. 한 해 나오는 쓰레기 양으로 북한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법당에서 하는 만큼 하려고 애를 쓰는데 집에서는 그게 쉽지 않더라. 워낙 제사도 많고 해서. 그러나 꾸준히 하려고 노력을 했다. 이제는 집에서도 옛날과는 많이 달라졌다.

김 : 그럼 그전에는 어떻게 했나?
주 : 그냥 자연스럽게 버렸다. 철저하게는 안했지만 절약을 해야 한다는 그런 인식은 있었다. 한 7년 쯤 되니까 좀 더 달라졌다.

김 : 뭐가 더 달라졌나?
주 : 첫째는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집이 주택이라 음식물 쓰레기를 땅에 묻는다. 마당이 넓어서 음식물 쓰레기 모아두면 남편이 곳곳에 잘 묻는다. 그러니까 올해는 호박이 아주 잘 됐다. 마당에 지렁이가 굉장히 많다.

김 : 지렁이를 가져다 놓은 건가?
주 : 아니다. 자연산 지렁이다. 음식이 있으니깐 계속 생기더라. 과일 나무도 마당에 좀 있다. 음식을 자꾸 묻어주니까 과일이 굉장히 많이 열린다.

현희련(이하 “현”) : 세상에서 제일 좋은 유기질 비료니까 지렁이 분변토 때문에 과실이 잘 되는 것 같다.
주 : 과실이 달다.

최 : 시장은 자주 보나?
주 : 요즘 비싸서 잘 사러 가지 않는다. 있는 거 먹는다.

김 : 대형마트는 주기적으로 가나?
주 : 잘 안 간다. 백화점은 아예 가지 않는다.

최 : 분리수거는 어떻게 하고 있나?
주 : 분리수거를 철저하게는 못하고 있다. 태그를 떼어낸다든지 이렇게는 안하는데 비닐 모아서 장사하는 할머니들 갖다 주면 좋아한다.

최 : 세탁은 어떻게 하나? 빨래를 모아서 일주일에 한번 정도 돌리나? 아니면 매일 하나?
주 : 세제 쓰지 않으려고 빨래비누로 손빨래해서 세탁기로 돌린다. 팔이 안 좋으니깐 헹구는 게 힘들어서 씻어서 헹굼은 세탁기에 한다.

최 : 수도요금은 얼마나 나오나?
주 : 7천원 정도 나온다.

현 : 물 진짜 안 쓰는 것 같다. 물은 재활용하는가?
주 : 씻고 걸레 빨고 한 건 마당에 나무가 있으니까 뿌려준다.

현 : 정토회 만나서 환경 실천하면서 아끼게 되고, 덜 쓰게 되면서 어느 정도 절약이 되는지?
주 : 예전에 100만원 쓴다고 치면 지금은 한 30-50만원.

김 : 전체 총량으로 봤을 때 그 정도 줄여 쓴다는 뜻인가?
주 : 비율이 그렇다는 말이다. 쓸 일이 별로 없다. 애들이 없으니까 외식을 전혀 안 해서 외식비 드는 게 없다. 과일, 생선, 육류도 잘 안 먹게 된다. 돈을 아끼려고 하니까 엄청나게 아껴지더라.
다른 사람들은 쓰면 좋다고 하지만 나는 죄를 짓는 것 같다. 내가 올해 환갑인데 뭘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게 중심이 잡히는 것 같다. 돈을 많이 쓰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후회가 되는 부분이 많다. 북한에서는 저렇게 죽어가는 아이들도 있는데 지금은 돈 쓰는 사람이 오히려 좀 안쓰럽다. 너무 몰라서 저렇게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 : 잘 썼으면 좋겠는데
주 : 잘 썼으면 정말 좋겠는데, 안이한 눈으로 날 보는 사람도 있다. 내가 모임을 다 끊고 한 두 개 밖에 없다.

김 : 인터뷰를 하면서 알게 된 건데 모임을 끊은 사람이 많다. 시간도 없고.
주 : 무슨 짓을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가 많이 든다. 예전엔 재미있었는데 이젠 여기가 더 재미있다.

김 : 뭐가 그렇게 재미있나?
주 : 첫째, 내가 필요에 의해 쓰인다는 것이다. 찜질방 가고 어디 가고 그게 재미있다고 하지만 여기에 오면 내가 쓰일 곳이 있다. 거기 가서 돈 들여 쓰는 것 보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 좋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다 보니 가장 보람된 것은 내가 남한테 도움이 되는 거다. 그렇게 되니 나머지들이 미미해지고 재미가 없다. 오늘도 모임이 있는데 문학회 모임이다. 내가 숙제 당번인데도 거기 안가고 그냥 벌금을 낸다. 이제 재미가 없고 의미도 없어졌다.

최 : 그렇게 사회생활을 좀 정리하고 이렇게 봉사하면서 재미있게 지내는데 그러다보면 보시를 많이 할 것 같은데 남편분이 반대하거나 하지 않나?
주 : 남편은 내가 하는 일에 아무런 터치를 안 한다. 생활은 본래부터 내가 꾸려왔으니까 알아서 쓴다. 옛날부터 터치를 안했다.

최 : 매일 이렇게 출근하고 봉사하는 것에 대해서도 전혀 노터치인가?
주 : 남편도 이 쪽 공부를 좀 하니까 이해를 한다. 내가 나가면 오히려 남편이 더 좋아한다. 어떨 때는 내가 집에서 왔다 갔다 하면 참선에 들려고 하는데 방해된다고 싫어한다. 내가 나가줘서 참 고맙다는 날도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으니까.

최 : 서로서로 복 받은 거다.
주 : 우리가 살아가면서 힘든 것도 참 많았지만 이게 젤 행복하다. 각자 자기 생활을 할 수 있어서 제일 복 받았다고 생각한다.

최 : 남편분이 술은 좀 많이 줄었나?
주 : 술을 아예 끊었다. 서서히 안마시더니 얼마 전에는 참선 공부를 해보니 이게 마장이라면서 술 담배 완전히 끊어버렸다. 서너 달 됐다.

최 : 두 사람이 환갑 되어서 금슬도 좋아지고 술도 딱 끊고, 노후 초입에 확 바뀌어서 자녀들이 뭐라고 하나?
주 : 집안 분위기가 편안하니까 우리 애들이 참 좋아한다.

인터뷰 하고 있는 김영주님

인터뷰 하고 있는 김영주님

현 : 정토회 와서 환경실천을 너무 철저하게 해서 처음에 조금 힘들었다고 했는데 어떤 것이 제일 힘든 기억으로 남아있나?
주 : 공양간 일을 하니까 쓰레기를 (저울에)달아서 재야하고 기록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그리고 수박 제일 바깥 껍질만 버리고 속껍질까지 다 먹어야 한다. 수박의 흰 부분까지 볶기도 하고, 졸여도 보고 채소로 무쳐도 보고 온갖 것을 다해도 쓰레기가 나올 때가 많이 힘들었다.

최 : 그렇게 오자마자 철저하게 실천해야 했을 때 주변 봉사자들과 부딪힘은 없었나? ‘왜 이걸 해야 하냐’ 라든지.
주 : 정토회는 참 이상한 게 누군가 속으로는 분별이 일어나겠지만 그래도 드러내놓고 하는 건 별로 없는 것 같더라. 여기는 이렇게 하나보다 하고 따라하지, 그렇게 분별을 많이 안 내더라.

현 : 요즘 울산 법당 공양간은 어떤가?
주 : 공양담당이 따로 있고 보조 역할을 한다. 굉장히 철저하게 하더라. 한 사람당 몇 그램 정해 놓고.

현 : 조리할 때 그렇게 계획을 세워서 하나?
주 : 남는 것 보다 적은 게 낫다고 감자 5개 12인분으로 계산하고. 아주 철저하게 해서 놀랬다.

현 : 발우 공양할 때 그렇게 한다. 감자 하나 가지고 5명이 먹는다고 계산해서 40명이면 딱 8개만 요리를 한다. 왜냐하면 반찬마다 모두 1인분을 계산하면 많아져 버리니까 하나 가지고 보통 몇 쪽을 먹느냐 계산을 해서 그걸 가지고 사람 수를 계산한다. 그렇게 안 하면 남는다.
주 : 거의 남는 게 별로 없더라. 반찬 딱 두 가지 김치 한 가지.

최 : 무게를 재서 한다는 것이 참 중요하다. 왜냐면 정토회 법당들이 막 늘어나고 있는데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이런 게 표준화 되어 있으면 음식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주 : 아까도 칭찬했지만 참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김 : 환경실천 대중화를 위해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주 : 정토회에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자를 만들어서 우편함에라도 꽂아 놓아보면 좋겠다. 불교 TV에서도 환경 실천 문제를 다루면 좋겠다. 홍보가 너무 안 되고 있다. 전부 몰라서 다 버린다.

최 : 정토회 오기 전부터 근검절약을 했는데, 후배 초심자들에게 충고나 제안이 있다면?
주 : 주위사람들을 보면 ‘기부를 하자’ 라는 얘기를 자주 한다. 단돈 만원이라도 기부하면 즐거울 것이라며 아이들한테도 하도록 했다. 기부하는 돈을 아까워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안타깝다. 내가 만족을 얻기 위해 쓰는 것 보다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쓰는 것이 좋다.

현 : 초심자에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삶, 생명을 살리는 삶에 동참을 해 보면 저절로 절약은 따라온다는 뜻인 것 같다.
최 : 인터뷰한 사람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

# 에코붓다 소식지 2014년 5-6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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