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모임 VS 아주 중요한 모임 | 이성희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아니 그 전부터 꾸준히 해 오던 모임이 있다. 밥 먹으며 이야기하기.

▷ 우동사 ‘밥상모임’ 살펴보기
일주일에 하루 저녁시간에 모인다. 시간이 되는 사람들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1시간 정도 수다와 함께 식사를 한다. 모두가 모이는 식사시간이기에 특별메뉴를 하는 날이 많다. 오리훈제와 신선한 쌈, 각종 해산물요리가 단골메뉴다.

식사 시간이 끝나면 일주일간의 마음나누기를 한다. 그리고 나서 회의를 시작하는 데, 집안일이나 물건구입 등 생활에 관련된 안건과 텃밭가꾸기, 우동사 워크샵, 의료두레 등 같이 살기 위한 회의안건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사회는 생일 순으로 돌아가면서 진행하고 시간은 주로 7시 반에 식사를 시작해 밤 12시를 넘겨 끝나는 편이다. 분위기는 주로 유쾌하지만 가끔은 정말 무거울 정도로 진지하다.

처음 모인 멤버 중 자취생이 5명, 부모님과 함께 사는 이가 1명. 이렇다 보니 손수 밥을 해 먹는 일 자체가 큰 기쁨이었다. 진순언니가 끓인 된장찌개에 준효오빠가 구운 찹쌀파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거기에 더해진 같이 사는 이야기들… 특별히 한 것도 없는 데 애틋한 정이 쌓이고 이야기가 깊어졌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공간을 같이 쓰는 정도를 떠나 삶을 공유하는 느낌을 갖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는 생각이 나에게는 참 강했다.

일 년 동안은 ‘밥상모임’이 착착 진행되었다. 저녁메뉴도 다양해지는 만큼 이야기들도 가지가지였다. 서로의 성향도 알아지고, 생활이 잡혀지고, 어떤 일을 벌일까 하며 생산적인 아이디어도 오갔다. 그러다 생활이 익숙해지고 편안해지자 밥상모임에 오는 사람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하루는 모인 사람 수가 절반이 못되어 모임이 무산되는 날이 생겼다. 이에 모임을 좀 더 중요하게 인식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모임이름을 ‘아주 중요한 모임’으로 바꾸었다. 아주 중요한 모임이라 밥은 가볍게 이야기시간을 더 체계적으로 계획했다. 그 결과는? 기대와는 달리 아주 중요한 모임이 아주 부담스런 모임이 되어 버렸다. 중요성을 강요받는 느낌? 그래서 몇 주 만에 다시 ‘밥상모임’으로 돌아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밥과 내 마음나누기를 들어주는 가족이었다. 그 동안 밥상모임을 통해 우리는 이 ‘우동사’라는 공간과 사람이 주는 소중함을 깊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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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12명이 함께 ‘밥상모임’을 한다. 정말 큰 테이블에 빈자리도 없이 앉는다. 신나게 먹고 난 후 그릇설거지가 산더미일 때도 있고, 때론 언성도 높아진다. 눈물도 흘려가며 하는 이야기가 항상 가볍지만도 않다. 하지만 점점 더 서로가 알아지고 또 같이 어떤 일을 벌일까 머리를 굴리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 하는 이야기지만, ‘밥상모임’ vs ‘아주 중요한 모임’의 승리는 역시 밥상모임이다.

에코붓다 소식지 2013년 3월~6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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