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실천, 함께 해보니 이제 보인다 | 김정미

김정미 | 해운대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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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부터 한 동안 시간제로 일을 하느라 못 가던 수요모임을 오랜만에 나가기 시작한 어느 날, 에코붓다 해운대지부 총무님이 환경아카데미를 준비하고 있는데 조금만 도와 달라고 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될 때 보탬이 되어야지 싶어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5월 한 달 동안은 매주 월요일 오전 11시에 모임을 갖고 준비해서, 6월에 세 번의 강좌를 진행하는 일이었다.

5월 첫 번째 모임에는 멀리 통영에서 최광수 교수님과 전국을 다니며 일을 하는 양윤덕님을 비롯하여 해운대지부의 여러 봉사자들이 모였다. 최교수님과 양윤덕님이 ‘환경 아카데미’의 취지와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셔서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에코붓다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온라인 소통공간도 만들었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환경 아카데미’가 왠지 무겁고 어려워서 주 참가대상인 주부들에게 거리감을 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좋은 지적이었다. 모두들 그 의견에 동의했고, 나 자신만 해도 좀 어렵고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 심각한 주제에는 어느새 눈길을 돌리고 만다. 우리는 “환경 강좌”라는 좀 더 편안하고 친숙한 이름으로 바꾸고, 전체적인 강좌의 주제를 보여주는 글귀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한 번 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할까 고민했다. 이번 강좌가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 줄 지구환경’을 생각하며 쓰레기를 줄여보자는 것에 취지가 있음을 계속 상기하면서, 한 줄의 글귀라도 사람들에게 쉽게 공감이 되기를 바라며 만들었다. 그래서 요즘 엄마들이 가장 먼저 관심 있어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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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행복한” 세상 만들기라는 주제어가 만들어졌다.

세 번째 모임에서 각 담당의 역할과 준비해야 할 것, 그리고 각 강좌의 강사와 주제에 맞게 분위기를 만들고, 특히 강좌에 참석하시는 분들이 다 듣고 나가면 끝나버리는 시간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또 생각을 모았다. 강좌를 시작하기 전에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각각의 사전영상을 준비하고, 강의가 끝나면 간단한 다과와 함께 소감나누기를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에코붓다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환경상품들과 이 행사를 협찬해준 해운대 좌동 생협의 환경상품들도 함께 전시하여 사람들이 관심을 갖도록 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각자 자기 컵과 시장바구니, 일회용 비닐봉지를 대신할 투명망을 가지고 직접 커피전문점에서 종이컵 대신 텀블러나 자기 컵으로 커피를 받아 마셔보고, 음식점에서는 음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미리 조금만 시키거나 반찬접시를 반납하여 다 먹고 난 뒤 깨끗하게 비운 그릇을 체험해 보기도 했다. 시장에 가서 비닐봉지 대신 투명망과 미리 준비한 통에 각자 채소와 생선을 사기도 했다. 이것을 사진으로 담아 ppt를 만들어 활용하기도 하였다. 특히 나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양윤덕님 집에 가서 지렁이 키우는 것을 직접 본 것이다. 어릴 적 기억 때문에 지렁이를 무서워하던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깨끗하게 먹어치우고도 지렁이 집이 산뜻하고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는 풍경에 순간 친근감이 들었다.

eco1303p18해운대 문화회관의 강의실을 둘러보고 시스템과 좌석을 확인하고, 참가자가 어느 정도 올 것인지 예측도 해보면서 긴장되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6월을 맞이하고 강의가 시작되었다.

첫 강의를 맡아주신 경상대학교 환경공학부 최광수 교수님은 편안하고 재미있게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지구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셨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생태 순환적 삶의 방식이 비우고 나누며 자발적 가난과 스스로 선택한 불편함이라는 것이 가슴에 와 닿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했는데 그 날 참석자의 대부분은 우리 봉사자들과 생협 회원들이고 일반 참석자는 없었다. 이런 아쉬움을 토로하는 내게 이문희님은 ‘우리 봉사자와 회원들만이라도 먼저 관심 기울이고 실천해 보는 것도 중요하고 좋은 일이다.’ 고 말씀하셔서 나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두 번째 강의는 동래지부의 김경희님이 도시에서 만들어가는 에코 생활 문화 “음식물 줄이는 생활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의했다. 참석자들이 늦게 와서 걱정이 되기도 하였으나 오히려 뒤늦게 도착하신 분들이 많아 준비한 예비 좌석이 부족할 정도로 성황리에 강의를 마치고 나누기의 열기도 뜨거웠다. 그 날 강의로 나는 법륜스님과 정토회가 함께 고민하며 길을 모색하고 여기까지 일을 추진해 온 여정을 처음으로 듣게 되었다. 가슴이 뭉클하고 감동이 느껴졌다. 김경희님은 초창기 빈 그릇 캠페인부터 함께 시작한 분이어서 그런지 이제는 모두가 명강사로 인정할 정도로 실제 우리 삶 주변에 일어나는 음식물 쓰레기와 각종 오염상황을 보여주며 어떻게 우리 생활과 연결되고 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를 짚어주셨다. 그래서인지 강의후 참석자들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전시한 환경상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 처음에는 전시만 할 뿐 판매는 안할 예정이었는데, 바로 한 번 사서 써보기를 원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즉석에서 판매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이런 물건이 있다는 정보를 몰라서도 못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co1303p19더 많은 홍보와 상품개발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강좌에 참석한 사람들이 이 정도라면,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의 씨앗들을 품고 있으리라는 희망이 느껴졌다. 아직 한 번의 강의가 더 남아 있다. 바로 생태순환과 음식물 쓰레기와 관련하여 이미 스타가 되어 있는 “지렁이 키우기”이다. 여기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어 다음 강의에는 더 많은 참석자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강좌를 준비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것은 물론, 자연적으로 지인들과도 저절로 환경과 음식물 쓰레기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게 되었다. 나름대로는 일회용 컵 쓰지 않기를 실천하면서 기회만 되면 지인들에게도 컵을 선물하고 함께 하기를 권유하고 분위기를 끌어와서인지 모두들 내 이야기는 잘 들어주고 호응도 좋았는데, 강좌에 참석할 정도로 끌어내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활동가들과 나눈 이야기처럼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을 갖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지금도 마음에 뚜렷이 남아 자꾸만 지인들에게 하게 되는 말이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는 우리 엄마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친구가 웃으며 “ 야, 우리 엄마들 정말 힘들다, 할 일 너무 많다, 아이도 잘 키워야 되고 지구도 우리가 지켜야 되고~”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이 모두 한바탕 웃었지만 모두 공감한다고 했다.

이제 나에게는 실천만이 남은 문제다. 스스로 불편함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 몸과 마음이 편리함에 젖은 습관을 어떻게 이겨나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금요일 회의에서 “에코사랑” 온라인 소통 공간을 만들고, 계속 서로의 경험담을 나누며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서 함께 하자는 의견은 참 좋았다. 이렇게라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만드는 일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어 감사하다.

에코붓다 소식지 2013년 3월~6월 호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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